▲ 최경아 변호사(민주노총 금속경남법률원)

대상판결 :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1고단1023 판결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2021년 12월22일 대우조선해양 내 하청업체 대표 및 임직원들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위반(불이익처우 금지), 형법상 증거위조교사, 증거위조, 위조증거행사죄를 각 인정하고 피고인 중 대표자에게는 징역 1년의 집행유예를, 나머지 피고인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건의 개요

1. 당사자의 지위

대상판결의 피고인들은 대우조선해양 사업장 내 하청업체 대표A, 소장D, 생산부장B, 탑재 1반 반장C다. 피해자는 위 하청업체 소속 용접공 노동자다.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불이익 처우의 금지)죄

피해자는 2019년 10월께 용접작업 중 골절상을 입어 산재를 신청하고 2020년 3월1일까지 요양했다. 피고인 A는 위 요양종료일 다음 날인 2020년 3월2일부터 산재신청을 이유로 잔업 및 특근을 하지 못하도록 피고인 D를 통해 피해자를 통제하였다.

3. 증거위조교사, 증거위조, 위조증거행사죄

가. 피고인 A·B의 증거위조 범행

3개월간 위 통제가 행해지던 중, 피고인 A는 2020년 6월 중순께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간부로부터 해당 행위는 산재신청을 이유로 하는 불이익 처우이므로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형사고발 등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경고를 듣게 됐다.

이에 피고인 A는 생산부장인 피고인 B에게 피해자에의 잔·특근 제한 이유가 산재 신청이 아닌, 대량 품질불량 사고로 인한 것처럼 은폐하기 위해 2020년 4월20일자 품질문제손실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도록 교사했다.

피고인 B는 2020년 6월19일께 ‘2020. 4. 20.자 품질문제손실보고서’ 한글파일에서 피해자의 품질불량발생구간을 18미터인 것처럼 허위로 변경한 후 출력했고, 같은 달 23일경 동일한 방법으로 ‘손실액 총비용’을 삭제, 품질불량수정작업시간을 79시간으로 허위 변경해 출력하고, 출력물 하단 기재 인쇄일시(2020. 6. 23. 18:35)를 수정테이프로 칠해 보이지 않게 한 후 이를 다시 복사했다.

이후 피고인 A는 2020년 9월17일께 산재보험법 위반 사건에 관해 경찰조사를 받을 당시, 피해자가 대량품질불량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에 그 징계차원에서 잔업 및 특근을 통제한 것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면서 위조한 품질문제손실보고서를 제출했다.

나. 피고인 D, B, C의 증거위조 범행

피고인 D는 2021년 6월21일께 검찰로부터 위 보고서상 품질불량수정작업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일보 제출을 요구받자 총무에게 해당 작업일보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고, 피고인 B는 검찰에 제출한다는 말을 듣고 작업일보 결재권자인 피고인 C에게 수정작업에 79시간이 걸린 것처럼 새로운 작업일보를 만들어 제출하자고 제안했으며, 피고인 C는 이를 승낙했다.

피고인 B와 C는 2021년 6월22일 오전 7시께 ‘2020. 4. 7.부터 2020. 4. 14.경까지 79시간 동안 수정작업을 한 것’처럼 허위 내용의 작업일보 문서파일을 만들어 출력했고, 피고인 C는 위와 같이 작성된 작업일보에 서명했으며, 피고인 B는 위 작업일보 작성 과정을 지켜 본 총무에게 위와 같이 작성한 작업일보를 건넸다.

이후 피고인 D는 2021년 6월22일 오전 9시께 총무로부터 ‘B가 2020년 4월께 작업일보를 사실과 다르게 수정했다. 소장님 서명을 하고 검찰에 가지고 가면 된다’는 말을 듣고 위와 같이 작성된 작업일보에 서명을 한 후 같은 날 오후 1시30분께 검사실에 위 작업일보를 제출했다.

대상판결이 가지는 의미

1. ‘산재은폐’와 그에 대한 ‘증거위조’를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확인

가. 불이익조치 입증의 어려움

재해노동자가 산재신청에 따라 불이익을 입더라도 산재보험법상 금지되는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당 조치가 ‘현장에서 불이익 처우로 활용된다는 점’을 설득하는 과정에서부터 그와 같은 조치가 ‘산재신청에 의한 것인지’를 밝혀 내기가 쉽지 않고, 대상판결 사안과 같이 조직적으로 피해자의 책임인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대상판결은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증거수집, 검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위조 사실을 토대로 피고인들의 은폐 행위와 그에 앞선 불이익 처우가 법원을 통해 확인된 것이어서 그 의미가 깊다.

나. 대상판결 사안에서의 불이익 조치

구체적인 불이익 조치에 관해 피해자 복귀 이후 3개월간의 근무기록상 피해자만 A코드(17시 퇴근)이었고 그 외 노동자들은 B(18시 퇴근), C(19시 퇴근) 또는 휴일 특근기록이 있었던 바 피해자에 대한 보복조치임이 노동조합을 통해 확인·지적된 바 있었다. 그 외 탈의실 비밀번호 변경 및 회식을 피해자에 대한 미공지하는 등 소위 왕따행위에 관해서는 동료들 진술이 있었다.

문제는 피고인인 대표이사가 위 사실들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산재신청을 이유로 하는 보복행위가 아니라 피해자의 대량 품질불량 발생에 따른 대응일뿐이었다는 취지로 사실을 왜곡하고, 증거위조에까지 나서면서 발생했다. 즉, 형사처벌의 대상인 산재신청으로 인한 불이익 조치가 아니라는 식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다. 이처럼 책임전가까지 이뤄지면서, 피해자에 대한 따돌림 역시 더욱 심화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다방면으로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대응을 지속했고 수사기관도 그에 발맞춰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자칫 은폐될 뻔한 사실관계가 드러날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공공연하게 회자되지만, 대상판결에서야 비로소 산재신청을 이유로 하는 잔·특근 배제 등 ‘불이익 처우’와 이를 은폐하기 위한 ‘증거조작’의 한 단면이나마 엿볼 수 있게 된 것이다.

2. ‘직장내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산재신청 불이익 실태

대상판결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는 잔·특근 배제에 그치지 않았다. 증거위조와 직접 연관되지 않았을 뿐, 피해자로 인해 동료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분위기 조성 등 간접적인 불이익 역시 뒤따른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비밀번호 변경 같은 주요 공지사항을 홀로 고지받지 못하거나, 동료들의 질책과 원성이 담긴 문자 등으로 숱한 압박을 받아 온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비단 대상판결 사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재해노동자가 사업주 허락 없이 산재 신청한 것에 터 잡은 집단 따돌림은 2019년 직장갑질119 조사결과상 24.5%를 차지할 정도로 빈번한 유형이다.

이는 마치 피해자의 이기심에 의해 동료 노동자들이 모두 (재계약이 어려워질 수 있다거나 기업 부담이 늘어난다는 등의)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한 것에 터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는 피해자로부터 야기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산재은폐 기업의 경우 보험료 할인혜택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형사처벌, 과태료 부과까지 예정될 만큼 산재은폐에 따르는 손실이 더욱 상당하다. 피해를 야기하는 것은 재해노동자가 아닌 산재은폐 가담자들인 것이다.

3. 산재은폐가 가져올 위험

이러한 불이익 처우가 왜 문제일까. 당장 재해노동자 측면에서 보면, 산재신청에 이르지 않고 공상처리를 할 경우 치료되지 않는 장애가 남거나 사망에 이르더라도 산재보험상 장해·유족급여 등을 신청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치료를 포기하게 만들어 종국적으로 건강 악화에 이를 개연성 역시 높다.

또한 대다수 재해노동자는 후유증을 겪는 등으로 직장 복귀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재해노동자의 직업복귀율은 2018년에서야 겨우 65%를 넘어선 수준으로, 선진국 수준(70~8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중 재취업을 제외한 원직복귀 비율만 살펴보면 41.4%로 더욱 낮은 실정이다. 그리고 이는 사업장의 숙련노동자 상실로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산재은폐는 중대재해 위험성과도 직결돼 있다. 산재신청을 꺼리는 분위기를 조성함에 따라 업무상 재해가 계속 은폐되면 작업환경의 위해요인은 적시에 발견·개선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현장에 투입되니 중대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다층적으로 누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상판결의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필요성이 상당함에도 집행유예 및 벌금에 그친 것은 재발방지 경각심을 고취시키기에는 부족해 아쉽다는 평도 들려온다.

결어

대상판결 사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노동조합 활동가의 말을 빌려 보자면, 현장의 산재은폐 시도에 대한 적발 의지는 상당하고 제도도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다. 하지만 개인뿐 아니라 집단적 불이익, 사실왜곡이나 증거위조가 결부돼 대응에 어려움이 있어 “산재신청했다가는 신세 망친다”는 표현이 돌 정도라고 한다. 활동가는 개선을 위해 마련한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기초한 수사기관의 적극적 수사가 절실하고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 역시 요청된다는 점도 덧붙여 줬다.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에 관해 “작업장의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노동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고자” 마련한 제도임을 확인해 온 바 있다.

산재는 단순히 개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재보험은 우리 사회가 함께 위험을 분담하는 공적 영역으로서,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한 축에 해당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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