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는 노동이사제가 법으로 보장된다. 종업원이 25명을 넘는 기업부터 노동자들이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한다. 노동이사는 대개 두세 명이며 이사회 구성원 중 4분의 1에서 3분의 1을 차지하게 된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이사이므로 당연히 조합원 자격이나 노조간부 자격은 유지된다. 나아가 노조가 노동이사 선발권을 행사한다. 여기서 노조는 산업별노조를 말한다. 스웨덴에는 기업별노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의 지배구조가 감독회와 이사회로 이원화한 독일과 달리, 스웨덴 회사의 지배구조는 이사회로 일원화돼 있다. ‘민간부문 종업원을 위한 이사회대표법(the 1987 Act on Board Representation for Private Sector Employees)’에 따라 종업원 25명 이상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대표해 이사회에 참가할 노동이사를 가질 권리를 갖는다. 종업원이 25명인 기업에서는 정(正)노동이사 2명과 부(副)노동이사 2명을 두며, 1천명 이상의 기업에서는 정노동이사 3명과 부노동이사 3명을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해당 기업과 단체교섭을 체결한 산업별노조가 노동이사를 임명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게 스웨덴 노동이사제의 특징이다. 단체협약을 체결한 노조가 없거나 노조가 노동이사를 선발하지 못한 경우, 노동이사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노조가 선발하는 노동이사는 대개 해당 기업의 단위노조 대표와 산업별노조가 선정한 노조간부가 역할을 맡게 된다. 노조는 노동이사를 선발한 다음, 그 명단(정이사와 부이사)을 회사에 통보해야 한다. 또한 노동이사 선발과 관련된 회의록도 제시해야 한다. 노조로부터 노동이사 정보를 받은 즉시 회사는 스웨덴회사등록청(the Swedish Companies Registration Office)에 새로 선발된 노동이사 명단을 등록해야 한다. 노동이사의 임기는 최대 4년이다.

스웨덴회사법 8장에 따라 노동이사는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와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노동이사는 단체교섭이나 단체행동 문제를 다루는 이사회 결정에는 관여할 수 없다. 회사와 노조 사이에 이해관계의 충돌이 생기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다수가 결정할 경우 노동이사는 반대할 수는 있어도 그 결정에 거부권(power of veto)을 행사할 수는 없다. 노동이사 직책에 따른 별도의 보수는 없다. 물론 회의와 출장 같은 이사회 활동은 유급이 보장되며, 필요 경비는 회사가 지급한다.

여기서 주의를 기울일 대목은 스웨덴의 공동결정법과 노동이사와의 관계다. 스웨덴에서 MBL로 불리는 공동결정법은 ‘일하는 삶의 공동결정법(the Co-determination in Working Life Act)’이라는 이름으로 1976년 만들어졌다. 스웨덴의 공동결정법은 회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에 관한 법이 아니라, 회사 종업원을 조합원으로 조직하고 있는 산업별노조활동 보장에 관한 법이다. 공동결정법은 1974년 제정된 사업장노조대표자법(FML) 및 근무환경법(AML, 우리나라로 치면 근로기준법)과 짝을 이룬다.

회사 경영에 대한 노동조합의 정보권·협의권·교섭권은 노동이사제를 규정하고 있는 ‘민간부문 종업원을 위한 이사회대표법’이 아니라 공동결정법과 사업장노조대표자법 등에 의해 보장된다. 이 경우 회사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노조 대표자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받는다. 같은 맥락에서 노동이사에게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공동결정법에서 보장된 노조의 정보권을 거부할 수는 없다. 관련 법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회사 이사회에서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이사도 사업장노조대표자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이사회 활동을 이유로 노동이사로 활동하는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 스웨덴 민간부문 25개 노조들의 협의체인 PTK에 따르면, 법적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능한 민간부문 회사는 1만5천500개 정도다. 그 중 스웨덴회사등록청에 노동이사를 등록한 회사는 1천800여개에 불과하다.

참고로 스웨덴의 대표적 글로벌 의류업체인 H&M의 이사회는 모두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8명은 주주, 즉 사측을 대표하는 이사다. 나머지 5명은 노동이사(정이사 3명과 부이사 2명)다. 재무보고서를 보면 사측 이사들은 최저 8천500만원에서 최고 2억2천만원에 달하는 이사 보수를 받는다. 노동이사는 이사 보수가 따로 없으며 직원으로서 평소 받는 급여로 갈음한다. 노동이사 5명 중 3명이 여성이고, 사측 이사 8명 중 4명이 여성이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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