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다가 인정받지 못한 사건을 재심사하는 기관이다.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여력이 없는 노동자·유족 입장에서는 기댈 수밖에 없는 곳이다. 중요한 기능을 함에도 여러 문제와 개선 과제를 안고 있다. 관련한 글을 세 번에 걸쳐 쓸 예정이다.

2021년 국정감사 서면답변서에서 산재재심사위는 법정 처리기한인 60일(최장 80일)을 지키지 못한 것이 법 위반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105조에 정해진 처리기한을 도과했기에 법 위반에 해당함”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산재재심사위 사건의 평균 처리기한은 134.9일이었다. 회차당 심리 소요시간은 2시간55분(2020년), 2시간34분(지난해 8월 말 기준)이다. 건당 평균 심리 소요시간은 3분58초(2020년), 3분50초(지난해 8월 말 기준)였다. 산재재심사위는 “심사관 부족”이 주된 원인이라고 답변했다. 올해 6명이 증원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으로만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무관심이다. 산재재심사위는 당연직 위원인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의 참석은 2019년도 이후 5회(2019년 1회, 2020년 3회, 2021년 1회)로 증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이 참여한 계기조차 2019년 국정감사 지적 이후이며, 지난해에는 당시 국장이 한 번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노동부 홈페이지에는 산재보상정책과 직원 중 산재재심사위 업무 담당이 누구인지 표시조차 없다. 주무부서와 담당자가 산재재심사위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에 대해 뚜렷한 정책이 없다.

심사관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나 심사관의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구조와 직권조사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심사관의 사건처리 건수는 2020년 172건, 지난해 8월 말 기준 134건이다. 월 평균 처리 건수는 14.3건(2020년), 16.7건(지난해 8월 말 기준)이다. 월 16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심리회의 개최 일정 공문 작성 및 송부, 원본자료 스캔작업, 사건개요서 작성, 회의자료 산재마루 등재, 사건검토회의 참여, 심리회의 참여, 재결서 작성 등을 빼고도 비공식적인 업무가 있다.

그러나 핵심적인 업무인 사건개요서 작성만 본다면, 현재 시스템이 효율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재심사사건은 심사청구 또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경유 사건이다. 사건이 정리된 문건, 즉 산재심사위원회가 작성한 심의안 및 질병판정위가 작성한 심의안이 이미 있다. 새롭게 자료 전체를 종합해 작성하는 문건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수만 가지고 업무의 과중성을 따질 수 없다. 현재는 기존 심의안 자료를 위원들에게 송부하지 않고 있다. 일단 질병판정위 및 산재심사위원회에서 심의안을 포함해 모든 자료를 스캔하기 때문에 전산 통합 등을 통해 자료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미 스캔한 자료 외에 산재재심사위에 새롭게 제출된 자료만 추가할 수 있도록 하면 업무가 대폭 경감될 수 있다. 그 이외 사건개요서와 기존 심의안을 통일하는 등 양식을 간소화해서 업무량을 줄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회차당 사건수를 줄이거나 사건개요서 자체를 없애 위원들이 전체 자료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드는 방향이 필요하다. 현재 한 번 회의할 때 사건수가 40건 정도로 너무 많다. 압축된 파일 전체와 기록을 보기 위해서는 며칠이 걸린다. 참여 위원 대부분이 자신의 분야가 아닌 경우에는 사건개요서 이외 자료를 잘 보지 않기 때문에 충실한 논의가 부족한 경우도 발생한다.

심사관의 다른 문제는 업무에 적응될 시점인 3년 이후에는 타 부서로 전보된다는 사실이다. 신규인력이 오면 처음부터 배울 수밖에 없다. 면밀한 조사와 정리를 위해서는 산재보험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전문심사관 등 신설을 통해 장기근무를 유도하고, 승진·연봉 등에 있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산재보험법 105조4항에 규정된 직권조사를 유도해야 한다. 현재도 직권조사를 할 수 있는데도 실제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는 심사관들의 능력과 자질 문제가 아니라 위원회의 오래된 관행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현재 청구인들이 증거조사신청을 해도 위원회에서 수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음을 감안할 때 더욱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사건개요서 작성 주의사항인 ‘유사 재결, 판례, 질의회시 등을 파악해 제시’하기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위원의 자격요건을 변경해야 한다. 특히 법률가의 요건을 일률적으로 10년 이상으로 규정하고, 회의시 최소 3명 이상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보다 충실한 법리적 판단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노동관계업무 종사경력’이라는 산재보험 업무와 무관한 요건은 삭제해야 한다. 이에 더해 위원들의 자질과 능력향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수가 임상의사인 회의 구조에서 산재보험의 기본 법리와 내용을 알지 못해 판단에 큰 장해가 된다. 일례로 뇌동맥류 파열이나 대동맥류 파열이 왜 산재보험 대상이 되는지, 업무가중 요인이 무슨 의미인지조차 모른 채 참여한다. 형식적 오리엔테이션이 아니라 지속적·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이 참여한 재결 사건의 판결에 대한 피드백도 필요하다. 법원과 산재재심사위 판단의 간극을 줄이는 것은 결국 위원들의 능력과 자질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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