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대상판결 : 헌법재판소 2021. 12. 23. 선고 2018헌마629, 630(병합) 결정 최저임금법 제6조 제4항 등 위헌확인

Ⅰ. 사건의 개요

2018년 5월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최저임금법 6조1항의 “임금”에 상여금,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임금(이하 ‘상여금 등’) 및 근로자의 복리후생을 위한 임금으로서 통화로 지급하는 임금(이하 ‘복리후생비’) 중 각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의 일부를 산입하도록 한 것(이하 ‘산입조항’)이다. 아울러 최저임금 산입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특례도 규정했다(이하 ‘특례조항’). 이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 노총 회원조합 및 소속 조합원들은 2018년 6월19일 최저임금법 개정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Ⅱ. 헌법재판소 결정 내용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은 ‘기각’이었다. 재판관 4인의 일부 반대의견 및 일부 별개의견이 있었으나, 이들도 최저임금법 개정 조항들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 사실상 재판관 전원이 합헌이라 판단한 것이다. 일부 반대의견 및 일부 별개의견은 더 나아가 특례조항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할 가능성 내지 자기관련성이 없어 각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예 단체교섭권이 제한조차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법정의견과 일부 반대의견 및 일부 별개의견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법정의견에 대한 재판관 1인의 보충의견이 존재하나 지면의 제약으로 본고에는 별도로 소개하지 않는다.

1. 법정의견(재판관 5명)

법정의견은 “이 사건 산입조항 및 부칙조항의 입법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상여금,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이나 ‘근로자의 생활 보조 또는 복리후생을 위한 성질의 임금’의 의미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산입조항 및 부칙조항이 적법절차 원칙, 명확성 원칙 및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 사건 산입조항 및 부칙조항은 근로자들이 실제 지급받는 임금과 최저임금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고, 근로자 간 소득격차 해소에 기여하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사용자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더라도 근로자가 실제 받는 임금총액이 줄어들지는 않으며, 산입수준의 제한을 통해 저임금 근로자들의 불이익이 상당 부분 차단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산입조항 및 부칙조항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규모나 그 영향의 정도가 비교적 한정적이다. 따라서 이 사건 산입조항 및 부칙조항은 청구인 근로자들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며 개정 조항들이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한편 “이 사건 특례조항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상여금 등 및 복리후생비의 지급주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한다. 그러나 이 사건 특례조항에 따라 단체교섭권이 제한되는 정도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예외를 규정한 특례조항이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고 보지 않았다.

2. 일부 반대의견 및 별개의견(재판관 4명)

일부 반대의견 및 별개의견도 이 사건 조항들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의견 및 별개의견은 “노동조합은 이 사건 특례조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여금 등 및 복리후생비의 지급주기에 대해 사용자와 자유롭게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대한 동의권의 행사’는 사용자가 제시한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에 대해 그 동의 여부를 표시하는 것일 뿐이므로, 단체교섭권의 ‘교섭’ 개념과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특례조항이 단체교섭권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 조합들의 이 사건 특례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거나 자기관련성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 또한, 이 사건 특례조항은 청구인 근로자들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했다. 단체교섭권은 제한조차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Ⅲ. 검토

1. 뭉뚱그려 심사된 저임금 노동자들의 기본권

청구인들은 최저임금법 개정 조항들이 헌법 23조 재산권, 32조 근로권, 33조1항 노동기본권, 34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그리고 11조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뭉뚱그려 근로의 권리와 단체교섭권이 침해됐는지 여부만을 판단했다.

이례적이지는 않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에도 소위 ‘가장 밀접하고 제한의 정도가 큰 주된 기본권’을 위주로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해 왔기 때문이다(헌재 2018. 5. 31. 2015헌마476, 헌재 2020. 4. 23. 2015헌마1149 등). 그리고 주된 기본권의 제한 및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나머지 기본권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헌법소원을 청구한 지 3년반 만에 받아 본 결정문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주장한 다양한 기본권들의 침해 여부가 제대로 된 판단 없이 모두 탈락했다는 점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헌법재판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다수의 저소득 노동자(연소득 2천500만원 이하)가 입는 불이익을 ‘단순한 기대이익’이라며 재산권에 속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노동자들이 입는 불이익은 단순한 기대이익이 아니다. 임금인상률이 떨어진다는 결과는 법률 개정으로 곧바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단순한 장래의 기회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편, 최저임금법은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의 위험으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다. 법률의 목적 자체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다. 그럼에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침해, 사회국가 실현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쉽다.

2. 그래도 최저임금법 산입조항 및 특례조항이 위헌인 이유

헌법재판소는 최저임금법 개정 취지를 “노동자들이 실제 지급받는 임금과 최저임금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고, 고임금 노동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불합리를 개선해 근로자 간 소득격차 해소에 기여하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사용자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 것”이라 봤다. 그러나 임금격차 해소나 복잡한 임금체계 단순화는 진정한 입법목적이 아니었을뿐더러 그러한 목적 달성의 적정한 수단이 될 수도 없다. 복잡한 임금체계를 그대로 두더라도 사실상 모든 임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될 수 있게 됐는바 임금체계를 단순화해야 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연소득 2천500만원을 기준으로 저임금 노동자 여부를 나눈 것도 합리적 이유가 없거니와, 2천50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도 조사에 따라 4% 이상 삭감됐다. 임금구조의 말단에서부터 상승이 지연된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법 개정은 노동자 간 소득격차 해소와도 거리가 멀다. 유일하게 수긍할 수 있는 입법목적은 ‘사용자의 부담 완화’뿐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부담 완화는 기본권 보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뿐더러, 최저임금법 개정 목적으로 삼을 수도 없다.

한편 ‘상여금’은 최저임금법은 물론 다른 어떤 법률에서도 구체적인 개념 정의가 돼 있지 않다. 그런데 개정된 최저임금법 산입조항은 이에 추가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임금’까지 산입범위를 확대하면서 법률상 그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거나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위임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정근수당·근속수당·장려금·능률수당 등’을 상여금에 준하는 임금으로 보고, 충분히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저임금법의 주요 수범자인 저임금 노동자와 이들을 고용한 사용자들 중 누구도 헌법재판관의 판단(바람?)과 같이 쉽게 위 규정을 해석해 내지 못할 것이다.

이번 결정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특례조항으로 인해 노사 간 자율적인 합의에 따른 근로조건의 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교섭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본 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헌법재판소는 불이익이 크지 않고 ‘중요한’ 부분을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아니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는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취업규칙 변경 법리를 완전히 파괴하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최저임금법이 개정된 지 벌써 4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까지 법률 개정은 오로지 저임금 노동자의 근로의 권리와 노동조합의 노동기본권 희생이라는 결과만을 낳고 있다. 이번 결정이 못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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