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선거철, 대선후보 사무소 앞이 제 사정과 요구를 전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순서 기다려 줄을 선다. 발언은 짧게 해 달라는 사회자의 간곡한 부탁이 매번 무색하다. 할 말이 펑펑 함박눈처럼 날린다.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마이크가 나왔다 안 나왔다 또 말썽이다. 원인도 모르는데, 고쳐보겠다고 허둥대다 보면 또 한참이다. 지난밤, 애써 고민하고 준비한 상징의식도 뺄 수 없다. 점심시간 그 좁은 길을 지나는 차량은 또 어찌나 많은지, 기다릴 일도 많다. 가만히 오래 선 사람들 정수리와 어깨와 모자챙에 눈이 쌓여 간다. 눈사람이 된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이, 현수막 뒤에 선 사람이, 카메라·노트북 들고 기록하는 사람이, 또 그 문 앞을 지켜 선 경찰이 모두 그랬다. 이 겨울, 밖에서 대기하는 게 적잖이 고된 일이다. 그 뒷자리 흰옷 입고 떼 지어 밥 굶는 사람들 버티는 비닐집에도 흰 눈이 쌓였다. 그 안쪽 팻말의 구호가, 거기 누운 사람들 표정이 점차 흐릿했다. 빨간색 두툼한 침낭이 그중에 또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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