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훈 기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6일 만이다.

정 회장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용산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99년 회장으로 취임해 23년 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 사고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며 “책임을 통감하며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최근 광주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사고로 인해 광주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실망을 끼쳤다”며 “지난해 6월 철거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숨지거나 다쳤고, 다시 지난 11일 시공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가족에게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입주 예정자들과 이해관계자에게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회장직을 사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외부 전문가와 당국의 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면 완전 철거 후 재시공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퇴 발표가 ‘가식적인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화정아이파크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 안아무개씨는 이날 사고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사과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사고 현장에 와서 하는 게 맞는다”며 “고개를 몇 번 숙이는 것은 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회장직에서 물러날 게 아니라 사태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대표회의도 사고 현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회장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책임 없는 사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건축물 안전진단·구조 분야 전문가와 대책 회의를 열고 상층부 수색 방안을 논의했다. 추가 붕괴 우려로 구조대원 투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구조견과 드론을 활용해 상층부를 수색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고 현장을 찾아 “신속하게 실종자를 수색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건설업 등록말소 같은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모든 법규와 규정상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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