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무슨 내용인지는 거의 보도가 안 되고 있는 반면, 무엇이 문제라는 의견은 난무하고 있다.

이 법에 관한 상세한 해설을 보려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에 무료로 배포한 200쪽 남짓의 해설서, 같은해 8월에 무료로 배포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가이드북을 보면 된다. 다만 당장 현장에서 이 법을 활용해야 하는 노동자, 노동조합이 살펴보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 법을 노동자, 노동조합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짧게 정리하고자 한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사업주가 법을 지키면 일터는 안전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한발 더 나아가, 경영책임자가 ‘일터를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의무가 있다고 정한다. 그런데 그 ‘시스템’의 가장 핵심적인 축은 ‘노동자 참여’다.

시행령 4조3호를 보자. 경영책임자는 사업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만들고, 그 절차에 따라 실제 개선이 되는지를 반기에 1회 이상 점검해서 실제로 필요한 조치까지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는 산업안전보건법 36조에서 위험성 평가 실시와 그 실시에 따른 개선으로 갈음될 수 있다고 정한다. 아직은 현장에서 잘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 평가란 사업주가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찾아서 위험성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제도화한 것이다. 그리고 위험성을 평가할 때는 반드시 해당 작업장의 근로자를 참여시켜야 한다(36조2항). 한마디로 노동자가 참여해 현장의 위험을 찾아내고 평가해서 그에 따라 실제로 개선이 되는지를 경영책임자가 점검하라는 것이 이 법의 요구다.

다음으로, 시행령 4조7호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사항에 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에 따라서 필요한 경우라면 개선방안을 마련해서 이행하라는 내용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상 24·64·75조에서 정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협의체 등 노동자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논의하거나 심의·의결한 경우에는 종사자의 의견을 들은 것으로 간주한다고 나와 있다. 이 부분 또한 이미 노동자의 참여권이 보장된 제도를 거쳐서 나온 의견이나 그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사업주가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노동자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시행령 4조8호는 경영책임자가 중대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했거나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매뉴얼을 만들라고 정한다. 구체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52조에서 정하는 작업중지권 행사에 관한 매뉴얼, 그리고 위험요인의 제거와 구호조치, 추가 피해방지 조치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고 그 매뉴얼에 따라 조치되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해야 한다. 이는 노동자의 참여권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작업중지권과 그 후속조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업주가 이러한 매뉴얼을 만들 때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도 있다.

황량한 벌판 위에 노동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씨앗이 뿌려졌다. 앞으로 몇 년동안은 법정·국회, 그리고 헌법재판소에서의 싸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전에 있어서 노동자 참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더 퍼지고 실제로 재해율이 낮아진다면, 변화된 제도는 어떤 모습으로든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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