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국 전 경기도노동권익센터장
▲ 박종국 전 경기도노동권익센터장

필자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최근 3년간 경기도청 노동국 내에 있는 노동권익센터에서 센터장을 역임했다. 나름 사회에서 오랫동안 노동업무를 해 본 경험도 있고 해서 자신은 있었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근로감독 권한도 없고, 노동행정 경험도 없는 지자체의 역량 한계상 잘 될까?’ 하는 의문도 가졌다. 민선 7기,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공약대로 ‘노동존중’을 실현하기 위해 전국 광역자치 최초로 노동국과 직영 노동권익센터를 신설했다. 센터의 주요 업무는 무료 노동상담 및 권리구제, 그리고 노동역량 강화 교육, 마을노무사 운영과 각종 행정업무지원을 위해 노동전문가들로 구성된 9명이 일을 하고 있다. 참고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경기도처럼 노동권익센터 또는 비정규직지원센터를 위탁운영 중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직영센터냐 위탁센터냐일 뿐이다. 따라서 장·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비정규직 및 취약계층 노동자들에 대한 전국적인 노동권 보호 움직임들은 그동안 노동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던 지자체들에 진보적인 단체장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나타나고 있는 고무적인 현상들이다.

근로감독 권한이 없으므로 임금체불·부당해고·산업재해·직장내 괴롭힘 등 노동사건이 접수되면 기초적인 상담은 직접 해결하고 심층 권리구제가 필요할 경우 위촉된 96명의 마을노무사들에게 넘겨져 고용노동부에 고소·고발 및 진정, 권리구제를 대리해 지원하게 된다. 역량강화 노동권 교육은 직접 수행하기도 하고 공모사업을 통해 전문단체에 맡기기도 한다. 아파트 경비원 집단체불 사건을 해결하거나 입주민 갑질에 노출된 경비원이 산재를 인정받도록 도움을 준 사례도 있다. 또 전자업체에서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던 임신여성 보호 지원을 했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집단으로 외국항공사에서 해고된 국내 승무원들에게 심리치유 지원을 했다.

아울러 공무직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 교육, 군부대·소년원 및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과 같은 재난시 필수노동자 지원에 대한 연구사업들도 수행 중이다. 또 하청·파견·도급 노동자들에 대한 중간착취 근절을 위해 상담 및 실태조사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노동관계법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 영세사업장 사업주들을 위한 노무컨설팅 지원사업도 했다. 경기도에 있는 각종 노동지원단체 및 비정규직지원센터·노동인권센터·여성인권센터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권익구제를 위한 연대활동을 진행했다.

2019년 7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 노동국이 신설됐다. 총 3개과 11개팀에서 60명이 근무하고 있다. 노동권익·노동복지·산재예방·플랫폼노동·노사관계 지원 등 연간 200억원 넘는 각종 노동권 지원사업을 이어 가고 있다. 숨 가쁘게 일하면서 느낀 결론은 ‘근로감독 권한이 없으니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 지자체장들의 의지가 문제였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경기도 노동국에서는 비정규직 공정수당 지급, 노동인지예산, 배달노동자 산재보험 지원, 취약계층 조직화 지원, 외국인 노동자 보호 지원, 경비·청소 노동자 휴게실 지원, 노사민정 지원, 비정규직지원센터 지원, 노동복지센터 지원, 취약노동자 역량강화교육, 공무직 노동권 지원 등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

노동사건 민원을 보면 이들은 시급한 사태 해결보다는 우선 자신들의 목소리를 따뜻하게 경청해 줄 행정기관 공무원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해당 민원 사업주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해 줄 수 있는 배려를 원한다. 경기도의 ‘노동국 실험’이 중요한 것은 노동이슈로 곤란함을 겪는 사람들에게 지자체가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노동이슈는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는 문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노동사업은 지나치게 일자리 중심이었다. 그러나 일자리와 노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 수십년 동안 노동부 소관 업무로 국한해 왔던 것이다. 그 결과가 ‘비정규직 800만 시대, 산재공화국’ 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노동 전담 부서가 있는 시·군은 31곳 중 고작 2곳뿐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소규모 사업장 산재 및 임금체불 문제는 각종 인허가 권한이 있는 지방정부에서 나선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령 건설현장 안전시설 조치가 허술한 것이 지적돼 조치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지자체에서는 이후 준공검사를 내주지 않는다면 사업주들은 지체 없이 시정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또 소개료 중간착취가 발견된 경우도 인허가 권한이 있는 지자체의 감독 권한을 활용하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기도의 작은 실험이 전국의 노동 환경을 바꿀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희망도 봤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70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경기도의 실험이 전국으로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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