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연방제 국가다. 따라서 노사관계·사회보장·고용·직업훈련·산업안전보건·노동기준 같은 노동문제는 연방정부의 노동사회부에서 주관한다. 하지만 연방법과 정책의 집행은 주정부에서 관장한다.

따라서 노동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집행은 16개 주정부의 소관이다. 연방정부는 노동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준비와 입법을 책임진다. 연방정부가 만든 노동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집행을 위해 어떤 체제를 꾸릴지는 주정부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노동법과 사회법 집행을 위한 기구의 구성은 주마다 다르다.

근로감독(labour inspection)도 마찬가지다. 행정조직에 들어갈지, 아니면 독립적인 기관이 될지는 주정부가 알아서 결정한다. 물론 대부분의 주에서 근로감독은 주정부를 ‘중앙당국(central authority)’으로 해 노동·사회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감독하에 집행된다. 근로감독 예산 마련과 관리도 주정부가 책임진다. 국제노동기구(ILO) 웹사이트에 따르면, 독일의 16개 주정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근로감독관은 3천600명이다. 언제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유럽노동조합연구소(ETUI) 자료에 따르면 1995년 4천451명, 2013년 2천935명이다. 참고로 2021년 3월 말 기준으로 독일의 취업자는 4천530만명이고, 사회보험료를 내는 노동자는 3천360만명이다.

독일에서는 근로감독관만 노동보호를 감독하는 게 아니다. 민간부문의 산업별 재해보험조합들(BGs)과 공공부문의 재해보험들(UKs), 그리고 이를 총괄하는 독일사회재해보험(DGUV)도 산업안전보건의 영역에서 노동보호 감독 기능을 맡고 있다.

1884년 세계 최초로 재해보험을 도입한 독일은 1925년 업무상 질병까지 보상 범위를 확대했으며, 1942년 보험 적용 대상을 전체 임금노동자로 넓혔다. 1971년부터 유치원 원아와 대학생을 포함한 전체 학생들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독일의 재해보험조합들은 정부에 속한 공공기관이 아니다. 특히 독일사회재해보험(DGUV)은 민간과 공공의 재해보험조합들로 이뤄진 협회로 정부로부터 자율적인 조직이다. 사용자대표와 노동자대표로 이뤄진 이사회(Governing Committee)가 운영을 책임진다. 이사회 성원은 독일사회재해보험(DGUV)에 속한 보험조합들의 대표자가 참여한 대의원대회에서 선출된다.

이들 재해보험조합은 요양 제공과 급여 지급은 물론이거니와 산업재해와 직업병 예방 역할까지 맡고 있다. 모든 조합은 사고와 질병을 예방하고 관련 법규를 집행하는 감독관(supervisory staff)을 두고 있다. 정부만이 아니라 보험조합도 사업장에서 근로감독 업무를 수행하고 노동보호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조합에 속한 감독관은 주정부에 속한 근로감독관과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갖고서 자기 역할을 한다. 일부 주에서는 주정부가 특정 산업에 한해 연방노동법 집행 역할을 보험조합에 위임하기도 한다. 이 경우 보험조합은 자체의 예방규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연방법 집행을 책임지게 된다. 이런 사례는 주로 농업에서 발견된다. 연방정부의 노동사회부는 연방 수준에서 보험조합과 그 우산 조직인 독일사회재해보험(DGUV)을 감독한다.

주정부가 집행하는 독일의 근로감독은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집행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더해 주정부의 근로감독관은 근무시간·여성보호·아동노동·청소년 노동에 관한 법률 집행을 책임진다. 때때로 소비자보호를 위해 시장을 감시하고, 주에 따라서는 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주정부에 속한 근로감독관은 단체협약 이행 같은 집단적 노사관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또한 임금지급이나 해고 같은 사회보장과 고용계약에 관련된 문제도 다루지 않는다. 반면에 보험조합에 속한 감독관은 주정부의 별도의 위임이 없는 한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과 보험조합의 규칙을 집행하는 데만 관여한다.

주정부에 속한 근로감독관은 주정부 공무원으로 임명돼 고용이 보장된다. 주정부가 운영하는 보험조합에 속한 감독관도 마찬가지다. 근로감독관 선발권도 주정부가 갖고 있다. 주정부 공무원으로 선발되지만, 소정의 교육과 견습 과정을 거친 후 근로감독 관련 업무에만 종사하게 된다. 그리고 경험 교환을 위해 주정부에 속한 근로감독관과 보험조합에 속한 감독관 사이에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근로감독에서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므로 주정부의 근로감독관과 보험조합의 감독관은 기업의 법정 노동자 조직인 종업원평의회(works council)와 협력해야 한다. 방문 조사에 노동자대표를 참여시켜야 하며 조사통지서와 조사결과 보고서를 공유해야 한다. 산업 수준에서는 보험조합의 의사결정 구조에 산별노조 대표가 사용자 대표 및 정부 대표와 함께 대등하게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대화가 이뤄진다.

독일 정부는 1955년 ILO의 81호 협약(근로감독)을 비준한 이래 1979년에는 129호 협약(농업근로감독), 1981년에는 150호 협약(노동행정)을 비준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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