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단체 반일행동 활동가들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보수단체에 맞서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 <신훈 기자>

30주년을 맞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보수단체의 훼방으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리지 못했다.

정의기억연대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 30주년 기념 1천525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고 “일본 정부는 진정한 사죄와 반성은커녕 역사를 지우고 피해 생존자들을 모욕해 왔다”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가 해결되는 날까지 변함없이 외치겠다”고 강조했다.

수요시위는 1992년 1월8일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 방한에 앞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 회원들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면서 시작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30주년 기념 영상을 통해 일본 정부에 반성을 촉구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30년 동안 수요시위를 했는데도 일본이 사죄를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추우나 더우나 아랑곳하지 않고 수요시위에 나와 단상에 오르는 분들을 보면 감사하다”고 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피해자가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이고, 가해자에게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것은 순리”라며 “상식과 순리를 30년 동안 요구했음에도 바로잡지 않는 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또다시 30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공식 사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외교부까지 행진했다.

보수단체들이 평화의 소녀상 앞에 집회를 신고하면서 수요시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소녀상에서 약 10미터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리고 있다. 보수단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이날도 소녀상 주변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위안부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진보단체 반일행동 활동가들이 이에 맞서 소녀상 앞을 지켰다.

정의기억연대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경찰이 극우단체의 인권침해와 집회방해 행위를 제지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주 수요시위에서 극우단체에 의한 인권침해·폭력·혐오가 반복되고 있지만 경찰은 내버려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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