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충주시·안전보건공단·건국대 3자 간 협약을 통해서 안전보건공단 충북북부지사가 10월21일 충주 건국대 글로벌캠퍼스 내에 사무소를 열었다. 그동안 충주지역 및 충북 북부권은 안전보건의 불모지였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민원·서비스 등을 지원받으려면 1시간 이상을 청주시 혹은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전국적으로 사망사고가 감소추세를 보인 가운데 충북 북부권은 27%나 급증했고, 3년간 58명의 노동자 목숨을 잃을 정도로 안전보건환경이 열악한 지역이다.

충주시와 건국대·공단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밖에서 볼 때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건국대와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의 표리부동한 태도에 혀를 내두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무실 공간만 내주는 것이 사회적 책임?

건국대 법인과 유자은 이사장은 ‘ESG 경영’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가 하면서 충주 건국대 글로벌캠퍼스 내 기숙사 건물에 지사 사무실 공간을 마련해 줬다. 그러나 정작 건국대 법인은 산업보건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수수료가 낮아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건국대 충주병원에서 해 왔던 특수건강검진과 보건관리대행 업무를 2022년 3월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돈이 되지 않는다면 지역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노동자들의 건강관리업무마저도 내팽개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은 의무적으로 특수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건국대 충주병원은 충북 북부권에 있는 약 370개 업체에서 1만4천명의 노동자 대상으로 특수검진을 실시해 왔다. ‘출장검진’은 약 44개 업체 노동자 5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보건관리대행을 통해 약 93개 업체 1만2천100명의 건강관리를 지원해 왔다.

충주지역의 공공병원인 충주의료원조차 담당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특수검진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국대 충주병원의 특수검진은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지역노동자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충주 건국대병원의 일방적인 업무폐지 결정으로 3만여명의 노동자들은 안전보건서비스를 지역에서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돈벌이로 전락한 교육과 의료서비스

대한민국 정치·경제를 뒤흔든 사모펀드 투자 사기사건인 라임사태와 옵티머스 사태가 지난해에 있었다.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은 법인 이사회 의결과 관할청 승인도 없이 법인 재산 120억원을 옵티머스에 몰래 투자했다가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건국대 충주병원에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학병원인데도 200병상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인력난과 시설노후로 이어져 지역주민들로부터도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건국대 재단은 충주를 비롯한 충북 북부지역 의료 활성화를 목적으로 의대 정원을 인가받았고, 의대를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충주에서 의전원을 설립한다고 해 놓고 서울캠퍼스에서 의예과 수업을 편법으로 운영하면서 충주병원을 방치해 왔다. 교육부는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유자은 이사장 해임을 추진하다가 없던 일로 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치료가능 사망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충북의 치료가능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46.9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치료가능 사망률이 가장 낮은 서울(36.36명)과 비교하면 큰 격차가 났다. 이는 서울과 지방의 의료격차와 불평등이 자본주의적 시스템으로 고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병원 운영 정상화해야

노동자들의 건강권리가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건국대 법인이 경영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벌인 ‘묻지마 투자’ ‘의대 편법 운영’ ‘건국대 충주병원에 대한 투자 제로’ 때문이다. 여기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지역의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요구가 반영되고 건국대 법인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자기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교육부는 유자은 이사장을 해임하고 관선 이사장을 파견해야 한다. 충주시와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의 건강관리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이 될 수 있도록 특수건강검진·보건관리대행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