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1월25일 펴낸 보고서 ‘코로나19와 웰빙: 감염병하의 삶(COVID-19 and well-being: life in the panddmic)’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시장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계층은 저임금·저학력 노동자들”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2020년 한 해 코로나19가 국민의 삶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OECD는 코로나19 감염병이 사람들의 신체적 건강과 죽음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일하는 모든 영역에 충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OECD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2021년 5월 초까지 33개 OECD 회원국에서 평균 사망자수는 이전 4년에 비해 16% 증가했다. 또한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 걱정과 불안을 호소하는 비율도 크게 늘었다. 2020년 평균 근무시간이 가파르게 줄어듦에 따라 정부 지원이 평균 가계소득 수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일자리 유지 제도가 노동자에게 보호 조치를 제공했는데도 19개 OECD 회원국에서 노동자의 14%가 3개월 안에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느꼈고, 25개 회원국에서 노동자 3분의 1이 금융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OECD는 보고했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실업의 충격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집중됐다. 유럽 22개국 가운데 독일과 라트비아 두 나라를 뺀 모든 나라에서 전체 실업자에서 저임금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다. 네덜란드·스웨덴·벨기에·덴마크·핀란드·헝가리에서는 70%를 넘었다.

코로나19 이후 확산하고 있는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는 고학력 노동자들에게 집중됐다. 2020년 8월부터 12월까지 미국 통계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면 근무에서 재택근무로 전환한 경험을 가진 비율이 4년제 대학 졸업자의 경우 60%를 넘었으나, 전문대 졸업자의 경우 40%에 미달했다. 고교 졸업자는 20%, 그 이하 학력자는 10%대 중반에 불과했다. 고학력은 고소득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바, OECD 회원국 대부분에서 고소득 노동자들일수록 재택근무 비율이 저소득 노동자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을 그만둔 저소득 노동자들의 비율은 고소득 노동자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강력한 복지제도를 갖춘 스웨덴에서는 재택근무 비율에서 고소득 노동자와 저소득 노동자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재택근무로 전환한 비율은 양자 모두에서 30% 안팎으로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도 학력에 따른 재택근무 비율은 전문대 이상 졸업자의 경우 40% 안팎으로 고졸자의 두 배가 넘었다. 이런 점에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혜택은 노동시장의 상위 계층인 고소득 노동자와 고학력 노동자에게 주로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저학력 노동자들은 고학력 노동자들에 비해 더 많은 재정적 어려움과 일자리 상실을 겪었다. 청년노동자들이 중장년 노동자들과 비교할 때 실업과 소득상실을 더 많이 경험하면서 노동시장의 불평등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재택근무가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도입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업무 스트레스가 늘어났고 많은 재택근무 노동자들이 “상시 대기” 상태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청년노동자와 신입노동자일수록 재택근무로 인한 조직으로부터의 단절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에서 코로나19 첫해에 이주노동자수가 줄었으며, 미국의 경우 유색인종의 실업률이 백인들에 비해 높아졌다. 흑인 실업률은 거의 10%에 육박해 백인의 두 배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흑인 여성 노동자였다.

OECD 보고서는 코로나19 감염병 경험이 나이·성·인종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일자리 유형과 소득·숙련 수준에 따라 불평등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OECD가 신설한 ‘웰빙, 포용, 지속가능, 기회평등(WISE)’ 센터 출범 1주년을 맞아 발간된 보고서는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을 소득과 부, 일과 일자리의 질, 주택, 건강, 지식과 숙련, 환경, 주관적 웰빙, 안전, 일과 삶의 균형, 사회적 연결성, 시민 참여라는 11개 주제에 걸쳐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정부가 회복을 위해 시급히 실천할 과제로 가계의 일자리와 재무 안정을 제시하면서 정책 실행의 중심을 청년·여성·저숙련 노동자 등 취약 계층에 맞출 것을 권고한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