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금속노조의 투쟁이 과거만 못하다.”

“정부와 재벌이 금속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가? 아니라고 본다.”

윤장혁(52·사진) 금속노조 위원장 당선자의 현실 인식은 냉혹했다. 내년 1월부터 2년 동안 금속노조를 이끌게 된 그는 “20만 파업을 조직해 사회적 영향력을 되찾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50 탄소중립을 앞두고 빨라지는 산업전환 속도, 십수 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불법파견 문제, 450개 사업장 중 63곳만 참여하는 산별교섭. 금속노조 앞에 놓인 과제다. 각각 다른 의제처럼 보이는 문제에 윤 당선자의 해법은 명료했다. “현장노동자에게 듣고, 현장노동자를 조직해, 힘 모아 투쟁하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윤 당선자의 고민과 생각을 들었다. 그는 금속노조 울산지부 고강알루미늄지회 소속으로 노조 울산지부장 출신이다. 2008년 현대자동차 등 대형사업장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한 뒤 최초의 지역지부장 출신 당선자다.

“현대위아 불법파견 대응 아쉬워”

- 당선 축하드린다. 소감을 말씀해 달라.
“객관적으로 당선이 쉽지 않은 조건에서 생각보다 많은 조합원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어 기뻤다. 변화에 대한 현장 조합원들의 열망이 좀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선거운동 기간 현장을 돌면서 금속노조 상황 이런 것을 보면서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 작은 사업장 출신이라 대규모 사업장을 상대로 조율이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우려를 이해한다. 현대자동차 출신이 위원장이 돼도 금속노조 사업 결합도가 낮은데, 자동차 출신도 아닌 중소 사업장 출신이 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우려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지향하는 바에 맞게 조직을 잘 운영하면 완성차 조합원들도 호응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 현 집행부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미조직 조직화 사업에 성과를 낸 것은 아주 높게 평가한다. 김호규 위원장 임기 시작 후 조합원이 3만여명 늘었다. 집행부만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대우버스·한국산연·한국게이츠 등 구조조정이 많이 일어났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비정규직 문제 대처 방식도 아쉽다. 현대위아 평택공장 노동자들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확정 판결을 받고도 직접고용되지 않고 있다. 재벌이 자회사 방식으로 불법파견을 해결하려고 하는 건데, 공공부문을 제외한 전체 비정규직 간접고용 문제에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사례다. 대응을 잘 못했다. 현대위아 건을 금속노조가 잘 대처했다면 현대제철과 다른 양상으로 투쟁이 전개됐을 것이라고 본다.”

- 2050 탄소중립을 앞두고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이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바람직하지 않다. 내연기관 생산업체는 언제까지 생산을 중단해야 할지 이런 것을 알아야 업종 전환이나 다음을 위한 준비가 가능한데 이런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완성차만 쳐다보면 안 돼,
부품사가 투쟁 주체돼야”

- 산업전환에 노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기존 방식 대부분은 주로 상층단위에서 논의하는 것이었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노조가 현장 조합원과 산업전환 문제를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투쟁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제일 절박한 부품사 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이들이 완성차를 세울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본다. 그러려면 패배의식을 극복해야 한다. 투쟁을 조직하면서 만나 보면 ‘현대차지부’가 함께하냐고 많이 묻는다.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간담회를 하자고 해도 잘 응하지 않는다. 10년 동안 해 봤는데 결과물은 없고, 똑같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속 완성차만 쳐다보면 안 된다. 부품사가 투쟁할 수 있는 태세를 기본적으로 갖춘 뒤 완성차와 함께 투쟁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 현장 상황과 사안을 고려해 금속노련과 적극적 연대를 추진해 볼 필요도 있다.”

- 완성차사 노조의 참여가 중요할 듯하다.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전기차·수소차를 생산하면 고용은 줄어든다. 신규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매년 정년퇴직 인원이 생기니 완성차사 노동자들은 자신의 고용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산업전환의 핵심은 전동화다. 스마트공장이 되면 고용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완성차에 계신 분들도 자식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 미래세대에 대한 고민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 비전을 제시하면 완성차에 있는 분들도 투쟁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정부·재벌과 대화 필요 … 먼저 노동자 힘 키워야”

- 금속노조는 산업전환 대응의 일환으로 공동결정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공동결정법을 제정하기 위한 시도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것을 중심으로 산업전환에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산업전환에 금속노조가 주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현장 기층에 있는 조합원에게 1차적으로 산업전환의 위험성을 적극 알리고 토론을 해야 한다. 조합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니 관심에서 멀어져 버린 것이다.

먼저 노동자 개입력을 키워야 법제화도 가능하다. 지금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있는데, 노동계는 배제된 상태다. 한 축으로 투쟁을 광범위하게 펼쳐 정책에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국민청원이나 정부에 대화를 요청하는 방식이 중심이 돼선 안 된다.”

- 정부와 대화 가능성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정부와 재벌은 금속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차례 노사정 대화가 있었지만, 대부분 정부나 자본가들이 필요해서 만든 대화 자리였고 노동계가 들러리를 선 경험이 있다.

우리가 힘을 키우는 방식으로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 택배노동자들의 투쟁을 착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올해 택배노동자들은 투쟁을 완강하게 진행하면서 사회적 여론을 형성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국회 안 사회적 대화 테이블이 만들어졌다.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가 이뤄져야만 명실상부한 사회적 대화다.”

- ‘산별교섭 새판 짜기’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산별노조로서 지금의 금속노조를 어떻게 평가하나.
“금속노조 산별교섭에는 450개 사업장 중 63개 사업장만 참여하는 구조다. 산별교섭다운 산별교섭이라고 보기 힘들다. 재설계가 필요하다. 현대자동차 재벌을 압박해서 교섭에 나오게 하는 게 1번이다. 원·하청 다단계 구조에서 재벌사들이 교섭에 참가하지 않으면 교섭다운 교섭이 되기 힘들다. 교섭 틀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리 연구해도 지금의 틀을 벗어날 방도가 없다. 산업전환 시기에 맞춰 부품사, 원·하청 공동투쟁, 비정규직 간접고용 투쟁을 축으로 해 20만 금속노조 파업을 힘 있게 치러 내야 한다. 그래야 재벌이든 정부든 노동계와 대화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생기고, 실질 교섭이 가능해진다고 본다.”

“사내하청 공동파업할 것”

- 불법파견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불법파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한다. 해법은 무엇이라 보는가.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직화 열망이 높다. 이들의 투쟁을 모아 여러 단위가 함께 공동투쟁을 해야 한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현대위아 평택공장, 현대제철 불법파견 문제는 그들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에게 적용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내하청 단위를 묶어 공동파업을 조직할 생각이다.”

- 임기 내 이것만큼은 꼭 이뤄 내겠다는 공약 하나만 꼽는다면.
“20만 총파업을 꼭 성사시키고 싶다. 금속노조에 과제가 많다. 연구하고 토론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투쟁이라는 거대한 불길을 세워야 한다.”

글=강예슬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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