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영상의학과 의사가 비정규직 방사선사들을 대상으로 수년간 성희롱·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해 센터가 현황을 파악하고도 후속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보건의료노조 국립암센터지부(지부장 한성일)에 따르면 국립암센터 고충처리위원회가 영상의학과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직종 종사자 68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27일부터 3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로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올해 교섭 석상에서 지부가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에게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고, 당시 서 원장에게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는데 9월 교섭이 타결되고 나서 병원측이 말을 바꿨다는 게 지부의 주장이다.

지부는 “최근 공문을 통해 진상조사를 재차 요구했는데 ‘징계시효가 지나 구두로 경고조치를 취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센터측은 익명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조차 지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성일 지부장은 “계약직인 방사선사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고려하면 담당과 의사에게 철저히 ‘을’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가해자로 지목된 의사는 이를 이용해 방사선사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언급하며 술자리를 강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부는 “직위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는데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는지,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통해 모든 노동자가 납득할 만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가해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방안과 센터 조직문화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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