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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국제노동기구(ILO)는 136개국을 대상으로 2020년 상반기에 일어난 임금 동향을 조사한 결과를 담은 ‘2020/2021년 글로벌 임금 보고서’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시대의 임금과 최저임금’이라는 부제가 붙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임금 하락을 압박하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국의 3분의 2가 코로나19로 인한 임금 하락 압박을 경험한 데 비해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임금이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짐으로 인한 노동력의 ‘구성 효과(composition effect)’ 때문이라고 ILO는 분석했다. 취업자와 실업자 사이에 소득 양극화가 심화한 것이다. 반면 영국, 일본, 한국에서는 임금 하락을 압박하는 상황이 관찰됐는데, 이것은 고용 유지 정책의 시행으로 실업 증가를 억제했으나 그 여파로 전반적인 임금인상률은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고용 유지 정책이 노동자 사이에 임금 손실 부담을 분산시킴으로써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억제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임금에 미친 영향을 남녀 성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여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급휴직을 신청하거나 근무시간이 줄어든 노동자 비율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또한 코로나19 위기는 고임금 노동자보다 저임금 노동자를 강타함으로써 임금 불평등을 악화시켰다. ILO 조사에 따르면 고임금을 받는 관리직이나 전문직에서는 근무시간의 변동이 거의 없었으나, 저임금을 받는 단순노무직의 경우 근무시간 손실이 큰 폭으로 발생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임금 하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일시적인 임금 보상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하락 충격이 완화됐고,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임금 불평등 효과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조사 대상국에서 발생한 전체 임금 손실의 51%가 근무시간 감소 때문이라는 게 ILO의 판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ILO 187개 회원국 가운데 90%가 법률이나 단체교섭을 통해 최저임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법정 최저임금을 시행하는 나라의 절반은 전국적으로 단일하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제도를 갖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임금 노동자의 19%인 3억2천700만명이 법으로 정하거나 교섭에서 합의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ILO는 보고 있다. 그 절반에 달하는 1억5천200만명이 여성 노동자였다.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할 때, 시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여성 노동자의 비율은 남성 노동자를 훨씬 웃돌았다. 최저임금의 최대 수혜층은 저임금 노동자나 자영업자 등 저소득 가정이었다. 이 때문에 ILO는 최저임금제도가 불평등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했다.

최저임금 수준은 선진국의 경우 중위 임금의 55%를 차지했고, 개발도상국의 경우 중위 임금의 67%를 차지했다. 선진국의 경우 50%~67%로 나라마다 차이가 있었다. 개발도상국에서도 방글라데시는 16%인데 반해 온두라스 147%나 되는 등 큰 차이를 보였다. 2010년에서 2019년 사이 최저임금의 연간 실질 인상률은 아프리카가 1.1%로 가장 낮았고, 남북아메리카 1.8%, 아시아 2.5%, 유럽 및 중앙아시아 3.5% 순이었다. ILO에 따르면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 임금의 3분의 2가 돼야 소득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ILO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경제적 충격과 고용 불안정이 노동자 임금에 부정적인 압력을 증대시키는 상황에서 일자리 안정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감염병으로 인한 타격이 큰 저임금 업종에 대한 임금 보조 정책을 펼칠 것을 제안한다. ‘사람 중심의 회복을 위한 임금 정책(wage polices for a human-centred recovery)’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임금 불평등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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