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학교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 길에 지은 무대 위에서 노조 조끼 입은 청년이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육상선수처럼 잔뜩 웅크려 앉았다. 연대발언 순서를 기다린다. 할 말은 스마트폰에 적었다. 늘 그렇듯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언제나처럼 주어진 시간이 적었다. 손가락으로 화면 쓸어 가며 확인 또 확인한다. 이어달리기 바통처럼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사회자의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 때가 왔다. 웃는 얼굴로 그는 비정규 노동자의 파업 집회에 연대 나선 이유를 말했고, 씩씩한 말투로 어느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황망한 죽음과 온갖 부조리를 알렸다. 이어진 율동공연은 전력 질주였다. 과연 청춘의 에너지는 그곳 집회 현장 분위기를 후끈 달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박수를 받았다. 바통을 넘기고 내려왔다. 쓰러질 듯 난간에 기대어 숨을 고르는데, 등에 붙인 선전물 속 어느 이름 석 자가 숨 따라 흔들렸다. 홍정운. 여수의 한 요트장에 현장실습을 나가 물 속에서 요트 바닥에 붙은 조개, 따개비를 긁어 내다 사망한 고3 학생의 이름이다.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다. 후보 누구나가 청년과 공정을 말하는 때, 출발선에도 서 보지 못하고 무참히 쓰러진 청년이 있다. 그 이름을 품고 길에 선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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