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UC

국제노총(ITUC)을 비롯한 글로벌 노동조합들의 협의체인 글로벌노조협의회(Global Council of Unions)가 지난달 29일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특허권을 한시적으로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19가 지구적 수준에서 유행한 지 2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백신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완화하고 이를 통해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로벌노조협의회는 신속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와 치료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백신 접종이 가장 확실한 해결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돈보다 생명’이라는 공익적 목표를 위해 영국·독일·스위스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등의 소수 국가가 고집하고 있는 백신 특허권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RIPs)’의 적용을 한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WTO 회의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 정부가 줄기차게 제안했던 내용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TRIPs협정의 특허에 해당하는 의약품으로 특허권자에게 배타적 권리가 부여된다. TRIPs협정에 따르면, 백신과 치료제를 만드는 물질의 경우 제3자가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또한 3자가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가공 생산하는 것도 금지된다. 또한 특허권자는 특허권을 양도 또는 상속에 의해 이전하고, 사용허가를 체결할 권리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독점권은 지구적 감염병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 장애가 되고 있다. 따라서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킴으로써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보편적 이용과, 관련 기술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글로벌노조협의회의 입장이다.

현행 WTO 체제는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존하는 특허 기술에 대한 공익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을 제한하는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ing)’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비상사태나 긴급상황하에서 공익적 목적을 위해 특허권자의 승인 없이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생산 기술을 사용(강제실시)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개발도상국에 면허를 부여해서 백신을 빨리 생산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는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백신 및 치료제의 특허권 보장을 논쟁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면서 WTO가 지식재산권 문제에서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코로나19 백신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보유한 일부 선진국에 의해 WTO 회의에서 일관되게 거부되고 있다.

글로벌노조협의회는 글로벌 수준에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공평한 접근에 실패할 경우 향후 5년 동안 5조3천억달러의 글로벌 GDP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을 상기시키면서 “상품과 용역의 생산과 소비가 전례 없는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수준에서 제대로 된 백신접종이 이뤄지지 않으면 코로나19 상황은 연장될 것이고 경제위기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노조협의회에 따르면 미국·중국·호주를 비롯한 100개국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에 대한 지식재산권 한시적 폐지를 지지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고 있는 독일·영국·스위스 정부도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을 옹호하는 기존 입장을 바꿔 이러한 세계적 캠페인에 동참해야 한다고 글로벌노조협의회는 주장한다.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전 세계 70억 인구 가운데 42.98%가 백신접종을 완료했으며, 11.40%가 부분 접종을 마쳤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45%가 백신접종을 한 차례도 받지 못했음을 뜻한다. 저소득국가의 백신접종률은 6% 남짓이다. 한국의 접종완료율은 80%를 넘어가는데 이는 아프리카의 7.3%보다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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