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청년유니온·여성노조가 지난 4월5일 오전 국회 분수대 앞에서 초단시간 노동 차별 해소와 주휴수당 전면적용을 위한 청년 쪼개기알바 방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초단시간 노동자’를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의 단서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초단시간 노동자 관련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다.

마사회 시간제·대학 시간강사, 헌법소원 청구
재판관 6명 “전속성 낮은 근로자 배제, 불합리 아냐”

헌법재판소는 지난 25일 재판관 6 대 3의 의견으로 퇴직급여법 4조1항 단서 중 ‘4주간을 평균해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해당 단서 조항은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해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선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하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시간제 경마직 직원과 대학 시간강사는 퇴직 후 퇴직금 소송을 냈지만, 1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지만 기각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초단시간 근로’는 임시적인 근로에 불과해 퇴직급여제도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지표보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인 ‘소정근로시간’을 퇴직금 지급의 기준으로 삼은 것 자체만으로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한 헌법 32조3항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관 6명은 “사용자의 부담이 요구되는 퇴직급여제도를 입법함에 있어 전속성이나 기여도가 낮은 일부 근로자를 한정해 그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 것을 두고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해 명백히 불공정한 판단이라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른바 ‘일자리 쪼개기’ 등의 편법적 행태가 시도된다는 점만으로 해당 조항의 규율이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국민연금제도 등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돼 있고,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일정 기준 미달시 사회보장제도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도 고려 요소로 삼았다.

재판관 3명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발생”
류호정 의원 개정안 발의, 국회 환노위 계류

반면 이석태·김기영·이미선 재판관 3명은 “해당 조항은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배돼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초단시간 근로자 역시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의 성격을 갖는 퇴직급여의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초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다양한 사회보장제도에서 소외돼 있는데도 퇴직급여제도에서 배제하는 것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것이고,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정근로시간’ 역시 전속성이나 기여도를 평가할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근 초단시간 근로가 증가 추세에 있고 비율도 높아지고 있는데도 임시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여도가 적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들 재판관 3명은 “우리의 경우 제도의 단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초단시간 근로자에 대해선 퇴보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합헌 결정이 국회 법개정 논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퇴직급여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올해 5월 발의한 개정안은 현행 퇴직급여법 4조의 단서를 삭제하고 계속근로기간이 4주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서만 퇴직급여제도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뼈대다. 류 의원은 “초단시간 근로자의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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