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세계 경제가 심각한 불황으로 빠져들면서 우리 경제도 심한 몸살을 앓았다. 수출은 지난 3월 이후 11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는 우리 기업들에도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2001년 한 해, 재계는 이 같은 위기 상황을 맞아 IMF 쇼크 직후 못지 않은 매서운 구조조정의 한파에 휩싸였다.

올 한 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일찌감치 예고한 것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계열사 전체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거둘 정도로 재계에서 가장 형편이 좋았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삼성은 계열사별로 사업 분사와 희망퇴직 등을 통해 10% 가량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이건희 회장은 “구조조정은 특정한 시기를 정해서 하는 게 아니라 매월, 매일, 매시각 추진해야 한다”며 독려했다.

LG도 계열사별로 사업 분사 등의 방법으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데이콤은 연초 박운서 부회장 취임 이후 희망퇴직과 콜센터 분사 등을 통해 900여명 인원을 줄였다. LG전자는 지난 7월 브라운관(CRT) 사업을 완전히 떼어냈다. SK텔레콤도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인 ‘싱크로드’ 사업 매각을 추진하면서 기존 유선사업을 대폭 정리하고 무선사업에만 주력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중견그룹의 경우 올해 감원을 동반한 구조조정이 별로 없었던 편이다. IMF쇼크 직후 계열사 매각과 통합, 대규모 인원 감축 등을 이미 추진해 추가적인 인원 감축 여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

업종별로는 항공·화학섬유·생명보험 업계에서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셌다. ‘9·11 테러’ 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항공업계는 대규모 인원 감축과 조직 통폐합, 자산 매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 지금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전체 임원의 20%에 해당하는 25명을 감원했으며, 종업원 1000여명 감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희망퇴직 실시로 연말까지 360여명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외 비수익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거나 횟수를 줄였다.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중국의 추격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화섬업계도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화섬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14개 화섬업체 근로자의 10% 가량(2700여명)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광산업과 계열사인 대한화섬은 희망퇴직자를 포함, 1200여명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조의 반발로 80여일간에 걸친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다.

생명보험 업계는 저금리로 인한 역마진(자산운용수익률이 지급이자율을 밑돌아 보험사가 손실을 보는 현상) 문제에 시달리면서 인원 감축과 지점 축소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랭킹 1위 업체인 삼성생명은 본사 인력 8000명 중 1050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대한생명은 생활설계사 2500명을 줄인 데 이어, 요즘 1000명을 추가로 감원하고 있다.

은행권도 합병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중심으로 인력감축이 이뤄졌다면, 올해는 통합 국민은행과 하나·한미은행 등 우량은행들이 명예퇴직을 통한 인원 감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올 들어 국민·주택·하나·한미·조흥·제일·평화 등 8개 은행이 명예퇴직을 실시해 1000여명이 은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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