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7월 ILO에서 열린 ‘코로나19와 일의 세계’ 화상회의에 참가한 테레즈 코페이 영국 일·연금부 장관.

지난 15일 영국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폭력과 괴롭힘 협약(Violence and Harassment Convention)’ 190호 비준 동의안을 영국 의회에 제출했다. ‘일의 세계(the world work)’에서 폭력과 괴롭힘을 없애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협약 190호는 ILO가 창립 100주년을 맞은 2019년 6월 ILO의 연차 총회인 108차 국제노동대회(International Labour Conference)에서 노사정 3자 합의로 채택됐다. 대회에서는 법적 강제력을 갖는 협약 190호와 더불어 해당 협약의 적용과 관련해 상세한 지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권고 206호도 같이 채택했다.

영국 정부의 일·연금부(Department for Work and Pensions)가 의회에 보낸 제안서에서 테레즈 코페이 장관은 “영국은 협약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법령들을 이미 갖추고 있다”며 “정부는 (ILO 논의 과정에서) 협약 채택을 위한 교섭과 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으며, 이 문제에 대한 국제적 리더십을 계속 과시하기 위해 협약을 비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일과 관련해 일어나는 폭력과 괴롭힘 문제에 관한 첫 국제조약인 190호 ‘폭력과 괴롭힘 협약’은 지난 6월25일부터 비준국이 협약의 조항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적용받는 효력이 발생했다. 그때까지 협약 190호을 비준한 회원국은 아르헨티나·에콰도르·피지·나미비아·소말리아·우루과이 6개국이었다. 이후 모리셔스(7월1일), 그리스(8월30일), 이탈리아(10월29일) 3개국이 비준해 비준국은 9개국으로 늘었다.

190호 협약은 일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괴롭힘’의 개념을 한 번 혹은 반복적으로 신체적·심리적·성적·경제적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수 있는 행위와 관행 또는 위협으로 규정한다. 여기에는 생물학적 성(sex)이나 사회적 성(gender)을 이유로 가해지는 폭력과 괴롭힘을 뜻하는 ‘성폭력과 성적 괴롭힘(gender-based violence and harassment)’도 들어간다. 또한 특정한 성에 편중해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도 협약이 말하는 폭력과 괴롭힘에 포함된다(1조).

190호 협약의 보호 대상은 계약상 지위에 상관없이 일과 관련된 모두에게 적용된다. 노동자는 물론 사용자로서 권한과 의무와 책임을 지닌 자, 훈련 혹은 수습 중인 자, 고용관계가 종료된 자, 자원봉사자, 구직자 모두가 보호 대상이 된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공식경제와 비공식경제, 도시와 농촌 등 모든 부문에 적용된다(2조).

또한 190호 협약은 △일과 관련된 곳이라면 공사(公私) 구분 없이 모든 일터 △휴게소·식당·화장실·탈의실 등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든 장소 △일과 관련된 여행·훈련·행사 혹은 사회활동 △일과 관련된 모든 통신 행위 △사용자가 제공한 숙박 △출퇴근 등 일과 연관되거나 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장소와 경우에 적용된다(3조).

190호 협약을 비준한 회원국은 일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폭력과 괴롭힘을 법으로 금지하고 △폭력과 괴롭힘을 처리할 정책을 수립하고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조치를 시행하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또한 △법 집행 및 점검체계를 설립 혹은 강화하고 △희생자 구제와 지원을 위한 체계를 수립하고 △벌칙을 마련하고 △지침·교육·훈련·인식제고 수단을 개발하고 △근로감독 및 관련 당국을 포함해 폭력과 괴롭힘 사건에 대한 효과적인 점검과 조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4조).

190호 협약과 짝을 이루는 206호 권고는 일과 관련된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87호 ‘결사의 자유와 조직할 권리의 보호 협약’과 98호 ‘조직할 권리와 단체교섭 협약’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3조). 특히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회원국 정부가 기업·산업·중앙 등 모든 수준에서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을 권고한다(4조).

윤효원 객원기자 (webma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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