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노동센터협의회는 16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예산 삭감 추진 중단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서울시 노동센터협의회>

지방정부 차원에서 노동정책을 수립·추진한 모범 사례로 꼽히는 서울시 노동센터들의 사업이 내년부터 대규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관련 예산 대폭 삭감을 추진하면서 자치구 노동센터는 인건비·사업비가 반토막 날 처지에 놓였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취약계층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센터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광역센터·권역센터·자치구센터로 나누어진 현 체계를 서울시노동재단으로 확대 개편해 정책역량을 강화하자는 제안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권익센터 28%, 자치구 노동센터 42% 삭감안 제출

16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노동센터 예산을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2011년 서울시가 자치구 노동센터 설치를 시작한 이후 현재 17개 자치구가 직영·민간위탁 방식으로 노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개 광역센터(서울노동권익센터·서울감정노동보호센터)와 4개 권역센터는 서울시의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노동권익센터와 서울감정노동보호센터의 내년 예산을 각각 28.2%, 14%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권역센터는 3.6% 삭감으로 그나마 적은 축에 들지만, 자치구 노동센터는 인건비(24% 삭감)·사업비(67% 삭감)를 모두 삭감해 총액대비 42.6%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삭감안이 적용되면 노동센터 사업 축소는 물론 센터 소속 노동자 구조조정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운영하는 ‘휴서울노동자 쉼터’나 청소년·특성화고 노동권익 보호 사업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자치구 노동센터는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가 삭감되면 17개 노동센터별로 소속 노동자 1명씩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가 반토막 이상 나면서 문화·여가활동 지원사업이나 맞춤형 노동교육 등 핵심 사업 축소·폐지가 불가피하다. 자치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한 명은 내보내고 남은 사람들 월급은 줄 테니 일하지 말고 숨만 쉬고 있으라는 것”이라고 서울시 예산안 의미를 해석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 노동센터의 그간 활동 성과와 한계, 개선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시작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서울시 노동정책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에서 확인된 미조직·비정규·비전형 등 다양한 노동문제를 어떻게 새롭게 재구성할 것인지 숙제가 될 것”이라며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정책·행정을 전문 지원기관인 노동재단을 설립해 제공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17일 ‘서울시 노동정책에서 노동센터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가해 이 같은 제안을 내놓는다.

“노동존중특별시 붕괴직전, 오세훈 시장이 예산 복구 책임져야”

예산의 큰 폭 삭감이 예상되는 2개 광역센터와 17개 자치구 노동센터는 ‘서울시 노동센터협의회’를 꾸려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년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를 이끌며 선도해 왔던 서울시 노동행정은 붕괴 직전이며, 노동존중특별시라는 슬로건은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돼 버리고 있다”며 “이번 예산안 삭감은 시민과 접촉하는 최전선에서 서울시 노동행정의 실질적인 집행을 책임져 온 노동센터의 해체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오세훈 시장이 예산삭감안을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17일 서울시 노동센터의 그간 활동 성과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서울시의회와 공동으로 개최한다. 예산안 재논의를 위한 오세훈 시장에게 면담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한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는 18일부터 서울시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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