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가 지난달 25일 국제노동기구(ILO) 사회보장(최저기준) 협약 102호를 비준했다. 그 효력은 비준하고서 1년이 지나는 내년 10월25부터 발생한다.

102호 협약은 ILO가 만든 여러 사회보장 협약들의 토대로 여겨지고 있다. 협약 102호는 국제기준으로는 유일하게 기초적인 사회보장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협약은 사회보장의 영역을 의료·상병급여·실업급여·노령급여·산재급여·가족급여·모성급여·장애급여·유족급여 9가지로 명시한다.

ILO는 협약 102호가 사회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수단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하면서, 협약을 적용할 때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비준국에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ILO에서 기술지원(technical assistance)을 받으며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면 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ILO는 2012년 ‘사회보호기초(social protection floor)에 관한 권고’ 202호를 채택하면서 모든 회원국이 빠른 시일 안에 협약 102호를 비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최근 10년 동안 ILO는 회원국을 상대로 102호 비준을 위한 활동을 적극 펼쳐 왔다. 그 결과 파라과이를 비롯한 13개 회원국이 협약을 비준하는 성과를 거뒀다. 온두라스(2012년), 토고(2013년), 요르단(2014년), 차드·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2015년), 도미니카공화국·아르헨티나·우크라이나(2016년), 모로코·베냉·러시아(2019년), 카보베르데(2020년), 파라과이(2021년)가 비준했다.

지난 6월 ILO 연차 총회인 국제노동회의(International Labour Conference)는 사회보장에 관한 토론회를 열고 ILO 기준의 중요한 기둥인 보편적 사회보호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ILO가 새로운 비준 캠페인을 진행하고 더 많은 회원국이 협약 102호를 비준할 것을 촉구했다.

파라과이 정부의 102호 비준과 관련해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이번 비준은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시기적으로 대단히 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 “전 세계 인구의 50%가 사회보장권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ILO의 사회보장 기준은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사회보호체제를 수립하는 데 중요한 지침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1919년 출범 이래 지난 100년 동안 ILO가 노·사·정 3자 합의로 채택한 협약은 모두 190개 달한다. 그 가운데 80여개 정도가 여전히 회원국이 비준할 필요가 있는 ‘최신(up-to-date) 협약’의 지위를 갖고 있다. 그중에서 10개가 사회보장 관련 협약들이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건 하나도 없다.

ILO가 노·사·정 3자 합의로 채택한 190개 협약은 3개의 범주로 나뉜다. △기본협약(Fundamental Conventions, 8개) △우선협약(Governance(Priority) Conventions, 4개) △기술협약(Technical Conventions, 178개)이다. 이 가운데 기술협약은 시간과 임금, 안전과 보건, 사회보장 등 노동자의 일과 삶이 이뤄지는 ‘일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핵심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술협약이야 말로 진짜 ‘핵심협약(Core Conventions)’이다. ILO가 강조하는 10개 사회보장 협약도 모두 기술협약 범주에 들어간다.

그중 대한민국이 하나도 비준하지 못한 현실은 국제노동기준 측면에서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수립되지 못한 ‘복지 후진국’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노동 후진국’과 ‘복지 후진국’은 동전의 양면이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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