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재석 공공노련 상임부위원장

매년 국회 국정감사와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을 때마다 언급하는 것이 공공기관 부채다. 최근 기재부 자료에 의하면 ‘중장기 재무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공공기관 40곳 중에서 한국전력과 한국석유공사·한국철도공사 등 19곳의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전망된다. 이자보상배율은 한 해 영업이익을 그해 갚아야 할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인데, 1보다 적으면 번 돈으로 이자도 갚을 수 없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채가 증가하고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이유로는 코로나19 불황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실적이 악화된 측면과 함께 탈원전, 비정규직 제로, 소득주도 성장 등의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그에 따른 비용을 공공기관에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에서 언급한 사유도 있지만 영업손실은 종합적인 경영실패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착한 부채와 나쁜 부채로 나눌 수 있다. 착한 부채는 말 그대로 ‘공적인 이익(공익)을 위해 사용된 부채’다. 예를 들면 한국전력공사에서 섬이나 산골에 있는 소수 가구를 위한 전력공급과 물가안정을 위해 생산원가보다 낮은 요금을 받고, 한국도로공사에서 교통량이 적은 지역에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경우다. 경제성은 1 이하로 타당성이 없지만 공익과 편리, 즉 공공성 강화를 위한 것이다. 나쁜 부채는 공익이 아닌 특정한 소수를 위해 쓰인 부채다. 나쁜 부채의 대표적인 예는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로 발생한 부채다.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 정책으로 인해 석유공사의 부채는 2008년 말 5조5천억원(부채비율 73%)에서 2020년 말 18조667천억원(부채비율 3천400%)으로 증가했다. 또한 광물자원공사의 부채는 2008년 말 5천200억원(부채율 85%)에서 2020년 말 6조7천억원(자본잠식으로 부채비율 산출 불가)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9월에 광해관리공단과 통폐합됐다. 공공기관 부채는 민간기업 부채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 먼저 좋은 부채든 나쁜 부채든 공약이나 정부 정책에 의해 발생한다. 또 공익을 위한 착한 부채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나쁜 부채가 된다. 착한 부채 기관도 방만경영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개혁대상이 된다. 부채로 말미암아 공공성 강화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공공기관의 종사자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다.

공공기관은 개인의 이익(사익)이 아니라 공적인 이익(공익)을 목적으로 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에 의해 기재부 장관이 매년 지정하며 정부의 투자·출자·재정지원 등으로 설립해 운영되는 기관이다.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으로 구분된다. 공공기관수는 올해 350개로 예산·인력·평가 등이 기재부 통제 아래 있으며 매년 정부 경영평가를 받아 성과급이 결정되고, 평가등급이 저조할 경우 사장은 해임된다.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운영법 1조에 의거 자율책임경영이 보장돼야 하나, 그간 사례를 살펴보면 기재부가 앞장서서 정권의 공약이나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대리인 역할을 해 왔다. 또한 공공기관은 기재부의 강압적인 지침·기준 통제하에 있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지배구조하에서 발생한 부채는 경영실패의 부채가 아니라 정권이나 정부에 의해 전가된 나쁜 부채라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운영법에 의거해 공공기관의 자율책임경영이 정착돼야 하고, 공공기관이 선심성 국정목표나 정부정책의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또한 정부정책에 대해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결과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들이 공약을 발표할 것이다. 공익을 위한 공약과 정책이 발표되고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이해·납득할 수 있는 부채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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