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기아차 비정규노동자들이 지난해 7월1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불법파견 처벌과 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하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1·2차 사내하청 노동자 2명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4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48민사부(재판장 이기선)는 지난 21일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3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현대차가 A씨와 B씨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원고 3명 중 1명은 증거불충분으로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

서열 모니터 통한 작업지시
법원 “이보다 구체적인 지휘·명령은 없어”

현대차 1차 사내하청업체인 현호기업 노동자 A씨는 2008년 아진기업에 입사해 간접공정인 ‘서열업무’를 수행해 왔다. 차량 사양에 맞게 부품을 선별해 조립라인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이다. 이후 두 차례 소속이 바뀌었지만 그는 서열업무를 동일하게 맡았다.

법원은 “서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개별 소비자 주문에 맞춰 하나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여러 차종, 다양한 사양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차의 생산방식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서열 모니터에 의한 작업지시는 현대차의 차량 생산 순서와 직접 연동돼 있다는 측면에서 현대차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작업명령으로, 이보다 구체적인 지휘·명령은 직접고용관계에서도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차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현대차는 “(2차 협력업체는) 현대차와 부품·서열 운송계약을 체결한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로부터 ‘물류업무’를 도급받아 현대차와 근로자파견이 성립될 여지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현대모비스와 도급계약을 맺은 2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B씨에 대해 “서열지가 제공하는 현대차의 차량 생산 순서에 맞춘 실시간 서열정보에 따라 부품을 운송하고, 부품을 메인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놓는 로딩작업을 현대차 소속 정규직과 공동으로 수행했다”며 “현대차의 구체적인 작업지휘·명령하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B씨는 현대모비스가 생산한 자동차 부품을 현대차쪽이 인쇄한 서열지에 따라 서열상태와 불출시간을 확인하고 전동차·지게차를 활용해 조립라인까지 운송하는 일을 했다.

사내하청사 사정 대부분 같은데,
“증거불충분” 불법파견 불인정

하지만 법원은 2차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C씨의 불법파견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C씨는 2013년 9월부터 2018년까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프론트언더커버·센터플로어언더커버·카울탑(엔진룸 상단 공간) 불출 업무를 수행했다. B씨처럼 서열상태에 따라 부품을 운송하는 업무를 했다. 하지만 2018년 4월 해고돼 근로자지위를 증명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법원은 “C씨가 서열 모니터나 서열지에 따라 작업을 수행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그의 청구를 기각했다.

윤상섭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하지만 제조업 사내하청 사업장 상황은 유사·동일하다”고 비판했다. 지회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7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선고기일인 다음달 11일 결과를 보고 향후 대응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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