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홍정운군 사망사고는 현장실습제도 문제를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성인 노동자뿐 아니라 청소년 역시 노동안전보건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학교 현장의 당사자인 학생과 교사에게 이번 사고 원인과 대책을 들어 봤다.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

교육은 제자리로, 고용은 정부가 책임져라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

사고는 하나의 원인보다 여러 가지 원인이 교집합을 이룰 때 일어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핵심 이유는 있다. 개인별로 시기에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자가 된다. 학기 중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임금노동을 하든지, 졸업 후 직업을 가지든지 대부분 노동자로 일을 하게 된다. 사고의 가장 핵심적 이유는 안전하지 못한 일터 환경이다.

위험한 공정을 안전하게 바꾸는 조치만으로도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안전조치는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업에서는 이 비용과 시간을 아껴 이윤을 내기 위해 위험을 방치하거나 오히려 노동자들을 더욱 위험한 공정으로 몰아넣는다. 정부는 이를 눈감아 준다. 그러면 그 위험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이 된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위험을 방치해 왔다. 지금까지 저임금·불안정한 일자리를 청년들이 감당하게 했던 염치없는 우리였다. 우리 사회의 위험한 노동환경이, 10월6일 여수 앞바다 깊은 물속에 갇혀 숨진 고 홍정운 학생 사고의 핵심이다.

나는 교사다. 현장실습생들의 죽음을 단지 기업의 잘못이라고 미루기에는 무책임하지 않은가. 학교와 교사의 해태가 또 하나의 핵심이다. 업체의 실상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은 우리 모두 인정해야 한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런데 기본적인 조치를 학교는 형식적으로 한다. 교사의 해태가 더해지면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질타를 받아야 한다. 현장실습생은 노동 층위의 가장 하단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실습기간에는 새로운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학교와 교사는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지난 20일 교육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기업과 학교의 문제로 보고 철저히 감독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런 문제를 그대로 안고 광복 이후 지금까지 살얼음판을 걷게 한 당사자가 교육부 아니던가. 지침만 만들어서 학교에 뿌려 놓고 다 학교 책임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정책은 명확성·구체성·실효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가장 아랫단위 조직인 학교는 개별적 특성이 있더라도 행정에 유사성을 유지한다. 교육당국은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안전하게 운영하라면서 관련 지침들은 한없이 규제를 풀어 놓았다. 명확하지 않았다. 관리책임은 손 놓고 있었다는 사실들이 고 홍정운 학생의 사건 전반조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구체적 관리지침이 없었다. 기업과 학교가 정책에 따르도록 하는 실효성이 없었다.

현장실습 사고는 몇 가지 지침을 내린다고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장실습제도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으면 사고는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공교육제도 안에 중등 직업교육 과정을 만들었다면 그에 따른 고용의 의무도 정부에게 있다. 현재는 직업계고를 졸업해도 안전하고 안정적인 취업처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취업과 연계될 현장실습을 바라게 된다. 미래가 불안한 고3에게 불안감을 잠재우고 고교생활에 충실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을 책임져야 한다.

2017년 교육부는 고3 재학생 약 10만명 중 취업을 희망하는 3만5천명에게 안전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꾸준하게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현실에서 불가능함에도 기준도 조건도 없는 기업을 현장실습업체라고 참여시킨 것이다.

전교조 직업교육위원회는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와 정부의 고용의무 이행, 이 두 가지를 현장실습 정책 대안 마련의 핵심으로 본다. 대부분의 고교에서 3학년은 대부분 11월 말까지 평가가 종료된다. 이때까지는 교사들이 모든 역량을 학생들의 지적 발달과 능력 신장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공기업에서 직업계고 졸업예정자에 대한 고용을 책임지는 구조를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12월이 되면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정부가 마련한 일자리에 대해 구직활동을 거쳐서 졸업 시점에 취업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장실습은 취업 후 신입사원 직무교육으로 진행할 수 있다. 즉 생산공간에서 직무수행과 더불어 직무적응기를 거치면서 독립된 노동자로서 성장하는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졸업하기 전이나 뒤나 모두 위험한 사회, 바꿔야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조 위원장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조 위원장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조 위원장

고 홍정운님은 실습 10일차에 잠수작업 중 사망했다. 현장실습생이었던 홍정운님은 죽어야만 했나. 사건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해당 요트 업체도, 학교도, 교육부도, 고용노동부도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요트업체 사장은 고 홍정운님이 잠수 관련 자격, 면허·경험 모두 없었음에도 잠수작업을 지시했다. 법적으로 잠수작업이 불가능한 나이임에도 잠수작업을 지시했다.

요트 선체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작업은 전문 잠수사에게도 고난이도 작업인데도 2인1조 근무 같은 기본적인 안전 기준조차 지키지 않고 업무를 지시했다. 현장에는 홍정운님 혼자 였다. 안전·보건 교육도 실시하지 않았고 12킬로그램의 납벨트(잠수장비)는 홍정운님의 신체에 맞지도 않았다.

대한민국이 21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재 1위 국가라고 한다. 노동자의 안전보다 이윤과 비용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다. 요트 선체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데 잠수사 2명을 고용하면 60만~8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결국 그 비용을 아끼려고 현장실습생에게 업무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5명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해당 요트업체는 사장 혼자 운영하는 1인 기업이었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나가고 취업하게 되는 업체 중에는 5명 미만 사업장이 대다수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5명 미만 사업장을 처벌할 수 없다면 이와 같은 참사는 계속될 것이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운이 좋아서 살아 남았다”고 말한다. 이런 참사가 현장실습생일 때에도, 졸업한 이후에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올해 스물 세 살인 한 졸업생은 처음 일하게 된 프레스공장에서 사수가 프레스 기계에 짓눌려 손가락이 날아가는 걸 두 눈으로 목격했다. 그 넓은 공장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두려움에 기계를 피하게 되는 “으악!”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제2의 홍정운님과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현장실습 폐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안전한 현장실습을 원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언제 저희에게 한 번이라도 의견을 물어 보셨나요?”라고 반문한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들이 존재하는 이상, 특성화고 학생들은 졸업 전에 현장실습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졸업 후 취업해서 사고를 당하거나 마찬가지다.

현장실습 중 산재사망이 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다. 언제나 노동자의 목숨보다 비용을 우선시하는 법과 노동환경이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5명 미만 사업장을 뺀 국회의원들이 문제다.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보며 ‘너무 과도하다’고 노발대발하는 기업이 문제다.

안전하고 질 좋은 현장실습처, 취업처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에 5명 미만 사업장이 적용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교육부와 노동부가 현장실습 기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한다. 고위험 직종 중에서 5명 미만 사업장에는 현장실습을 전면 금지해야한다. 그리고 현장실습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부터 노동교육을 받도록 국가교육과정 총론을 개정해야 한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은 이와 같은 8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 내용이 모두 실현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싸워 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