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확정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야 할 길은 멀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고용의 변화가 불가피한데 마땅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그리고 노동계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노동 배제된 기후 위기 대책”

민주노총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대회의실에서 ‘기후위기와 노동’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노동계는 현재 기후 위기 대응과정에서 노동자가 배제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정부는) 관료와 전문가들에 의한 이해관계 조정을 민주적 거버넌스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3조에 보면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 추진 과정에서 모든 국민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한다’고 돼 있지만 모든 국민의 참여는 현재의 정치구조나 노동 배제적인 노사관계에서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 77명 중 노동자위원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단 한 명뿐이다.

김선철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중요한 것은 (취약계층에) 시혜적으로 뭔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위한 조직적 힘을 가질 수 있을지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뒤 상원에 부의된 ‘PRO Act’를 예로 들었다. 이 법안은 노동자·관리자·사용자를 재정의를 통해 노동법 적용을 받는 개인들의 범위를 확대하고 연대파업을 합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교섭체계 변화 시급”

과거처럼 고용보장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맞바꾸는 방식이 되지 않으려면 산별교섭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조에 고용과 환경은 딜레마”라며 “2000년대에 핵심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유연화를 용인하는 형태의 양보교섭을 한 것처럼, 원칙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지지해도 고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 결국 고용을 우선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창근 연구위원은 “그렇게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구조적으로 초기업교섭과 노조 민주주의 강화, 조합원 교육훈련, 지역단위·전국단위 사회운동과 일상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탁선호 변호사는 “사용자단체 범위를 확대해 교섭의제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지금 교섭의제는 사업장 내 임금이나 노동조건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탁 변호사는 “내년 4월이면 ILO 핵심협약이 발효돼 노동자 자신과 이해관계 있는 경제사회적 정책을 비판하는 항의와 파업이 가능해진다”며 “교섭의제를 확대하면서, 파업도 조직화하고, 기업별 교섭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개선 요구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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