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지난 13일부터 제조업 불법파견 문제를 개선할 제도개혁을 요구하며 전국순회투쟁을 한다. 노조는 대기업 제조업 사업장에서 불법파견이 없어지지 않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검찰의 소극적인 대응이라고 본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대부분 불법파견 판결이 나오지만 검찰은 사업주 기소를 주저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이다. 한국지엠·현대중공업·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가 이를 증언하는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진환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교육선전부장
▲ 진환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교육선전부장

2005년 한국지엠(당시 GM대우)에서 불법파견 문제가 처음 제기되고 8년이 지난 2013년 2월 대법원은 한국지엠 닉 라일리 전 사장에 대해 불법파견 범죄로 700만원 벌금을 확정했다. 2005년부터 8년간 한국지엠에서 불법파견은 없었다고 오리발을 내밀던 사측이 한 방 먹은 셈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으니 이제 불법파견 범죄를 인정하고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한국지엠은 판결 이후 한 달이 지나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참다못해 노조는 2013년 3월22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이영수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노동자들이 집회만 해도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200만원씩이나 벌금형을 내리면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7천371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릭 라일리 전 사장의 벌금은 고작 700만원”이라고 규탄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지만 7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는데, 벌금은 고작 10만분의 1인 700만원이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불법적인 비정규직 고용은 계속됐다. 불법이라도 버티면 10만배 이득을 얻을 수 있는데, 불법이라도 벌금만 내면 되는데 누가 이를 멈추겠는가.

다시 8년이 지났다. 2021년 배성도 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장은 이렇게 얘기한다. “낚시를 갔는데, 금어기에 어린 물고기 포획 금지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고 안내문에 쓰여 있더라. 불법파견 범죄가 금어기 위반 벌금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인가?” 파견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검찰도, 법원도 불법파견 범죄를 이렇게 가볍게 다루고 있다.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 1천100만명이라고 한다. 가족 중에 비정규직 없는 집이 없다. 예전에는 대부분 정규직 일자리였지만 아웃소싱·하청·파견, 이름도 다양하게 비정규직이 됐다. 기업들은 고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유연한 해고를 포장만 바꾼 것이다. 우리 사회 전체에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특히 노동 3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간접고용 노동이 늘어나는데 이들의 고통에 기업은 눈과 입을 닫았다. 결국 전체 인구의 20%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저임금의 고통을 받고 있다.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98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제정될 때 제조업 노동자의 저항을 우려해 제조업에서 파견은 못 하도록 막았다. 하지만 공공·서비스·교육 등 광범위하게 파견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제조업도 무풍지대는 아니었다. 결국 제조업에서도 대부분 하청·협력업체라는 이름으로 파견이 이뤄지고 있다. 파견법의 최대 수혜자는 기업과 사장들이고 그 고통은 노동자들이, 청년들이 겪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을 금지하고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외치고, 제조업 파견은 불법이라고 20년 넘게 얘기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버티면 비정규직 고용으로 수천억원의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조하는 이들이 있다. 국회·정부·검찰·법원이다. 국회는 파견법을 만들어서 비정규직 확대의 기초를 만들었고, 정부는 이를 보호했다. 불법파견이라고 처벌하라고 해도 검찰은 시간끌기로 일관했고, 법원 판결은 8년 이상이 걸린다. 그동안 기업들은 노조를 파괴하고 비정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한국지엠에서 16년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불법파견 범죄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700만원 벌금으로, 6개월 징역형을 집행유예하는 것으로는 이 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 작은 사업장에서 시작해 수백만명의 제조업 비정규 노동자 전체의 삶을 일그러뜨리는 불법파견 범죄는 심각한 사회적 범죄다. 그리고 거기에 맞게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금속노조 비정규 노동자가 올해 10월 다시 전국을 돌며 “불법파견 범죄자를 감옥으로” 보내자고 외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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