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테크(거대 IT기업)가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이른바 ‘대마불사’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기존 금융규제·감독 틀 내로 효과적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마불사는 규모가 큰 기업이 도산하면 다른 경제주체의 잇단 피해가 예상되므로 정부가 구제한다는 경제용어다.

이런 주장은 한국금융연구원이 16일 발간한 금융브리프에 실렸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큰 빅테크의 영업모형이 갖는 고유한 특성으로 빅테크 금융서비스 제공 규모가 급격히 증가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마불사가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자와 사용자가 연결되는 것으로, 연결이 늘수록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가 커진다.

이순호 연구위원은 “빅테크 금융플랫폼이 높은 접근성을 이용해 새 업무 모형을 제시하면서 금융서비스 편의성을 높이고 금융포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빅테크 금융플랫폼이 금융부문으로 진입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머지포인트 사태와 금산분리 원칙 훼손이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모호해 새로운 형태의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행 금융 규제접근 방식으로는 위험을 완전히 포착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빅테크 금융플랫폼을 금융규제·감독 틀로 편입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빠르게 확산하는 빅테크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하원은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를 실시했고 지난 6월 이를 겨냥한 반독점법안 패키지를 발의했다. 구글과 애플을 대상으로 한 별도 오픈마켓 규제법안도 8월 발의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면서 “인터넷 검색 시장의 독점력을 이용해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유렵연합(EU)은 2010년부터 구글의 OS(운용시스템)시장 반독점 행위를 조사하고 과징금을 부과했고 2018년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법안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 대응과 불공정 경쟁 방지 책임을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 패키지법안 입법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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