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이달 20일 총파업에 나선다. 양경수 위원장이 구속된 가운데 파업 이후 민주노총과 정부 간 관계는 긴장과 갈등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을 포함한 부담을 무릅쓰고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참을 수 없는 현실, 노동자의 저항이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굳이 통계수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정규직·여성·청년노동자들의 고용이 더욱 불안정해졌다. 자영업자들은 한계상황에 봉착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참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노동자의 저항이며 한국 사회 대전환의 방향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통해 한국 사회 대전환의 3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 사회 불평등의 근원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기본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간제·파견제·하도급·민간위탁 등 비정규직 착취를 합법화하는 제도를 철폐하고 개정해야 한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단시간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이 차별 없이 안전을 보장받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

둘째, 한국 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고 국가가 일자리를 책임져야 한다.

수소시대·유통혁신의 요란한 구호 밑에 고용위기를 겪는 자동차 및 부품사·조선·발전 등 기간산업, 유통·물류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이 보장돼야 한다. 자영업자에 대한 독점적 착취를 제한해야 한다.

셋째, 주택·교육·의료·돌봄·교통의 공공성을 보장해야 한다.

토지공개념 전면도입과 투기불로소득 환수,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하는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공공의료기관과 의료인력 대폭 확대, 아이·어른·장애인 돌봄을 공공화하는 것은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가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다.

민주노총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집권여당에 수차례 집회 보장과 방역대책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정부·여당이 기본권보장 원칙에서 대화를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는 대신 무조건 금지와 자제만을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민주노총은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고 질서 있는 파업과 집회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요구를 알리고 한국 사회 대전환 과제를 공론화할 것이다.

 

학교와 사회, 대전환을 시작하자
박성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 박성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 박성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우리는 학교와 사회를 향해 파업이라는 행동으로 질문을 던지려 한다. 우리 사회가 헤어나지 못하는 양극화와 불평등은 멈추지 않고, 정작 멈춰야 할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에 대한 차별은 왜 멈추지 않는지 묻는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등 교육당국과 정부가, 대선에 나와 우리 사회의 비전을 말하는 정치인들도 답해야 한다.

고용불안과 저임금 비정규직 양산으로 양극화와 불평등은 날로 심각해지고, 괜찮은 일자리는 씨가 말랐다.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내건 노동존중을 배신했고, 사회는 개인 간 경쟁만이 ‘공정’이라는 강자들의 분할지배 논리에 감염됐다. 노동소득은 부질없고 부동산·주식·코인 등 투기소득이 능력으로 칭송받는 지경까지 왔다. 그 결과 부동의 자살률 1위 국가에서 우리는 아슬아슬 살고 있다. 이 사회적 재난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난을 멈추기 위해 세상을 잠시 멈추는 것이 총파업이다.

코로나로 온 국민이 2년 가까이 입을 막고 거리 두기에 여념이 없는데, 정작 양극화와 불평등이라는 재난을 멈추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학교에서부터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자. 학교는 불평등에 순응하고 경쟁하는 개인을 기르는 곳이 아닌, 문제를 깨닫고 더 나은 미래를 주도할 세대를 키우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노동자들의 파업은 산교육이고 필수적 권리다. 올해는 교육현장 노사 모두에게 문제 해결의 기회다. 2차 추경만 6조3천억원 이상 책정됐고, 내년 예산안도 올해 본예산 대비 11조원이나 증액됐다. 그러나 사용자인 시·도교육청들은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할 예산을 이미 쥐고도, 당연하다는 듯 차별해소 요구를 거부했다.

대표적 차별은 교육공무직 근속임금의 가치를 정규직의 30%로 낮게 책정하고 20년 상한으로 제한까지 한 것이다. 직위나 직무와 무관하게 지급해야 할 명절수당도 정규직과는 지급기준도 다르고 금액도 절반 이하로 현저히 낮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시·도교육감들의 사회적 책임과 모범을 촉구한다.

 

코로나보다 일자리 잃는 게 더 무서워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

▲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 정민정
▲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 정민정

홈플러스가 투기자본 MBK로 인수된 5년 동안 4천명의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났다.

더 이상 일자리를 잃을 수 없는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매장에서 가슴에 투쟁리본을 달고, 배지와 등벽보를 부착한 채 근무했다. 점심시간이면 식당에서 피켓을 들었고, 매장에서 구호를 외쳤다. MBK 투기자본의 이익만을 위한 무분별한 폐점·매각을 반대하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직영·입점·협력노동자 2만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1년이 넘는 투쟁과 외침은 MBK 김병주 회장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

결국 올해 5월13일 여성노동자들은 MBK 본사 앞에서 머리카락을 내놓았다. 그리고 한 달 뒤 50명의 여성노동자가 ‘지켜 내자 홈플러스, 쫓아내자 MBK’라는 피켓을 가슴에 안고 청계천에서 집단 삭발을 했다. MBK 앞과 청계천에서는 머리카락을 내놓은 노동자와 사랑하는 동료의 머리카락을 잘라야 하는 노동자들의 통곡으로 눈물바다가 됐다.

잘려진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겠지만, 산산조각나고 공중분해된 홈플러스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삭발을 했다.

그제야 사모펀드, 투기자본 MBK의 부동산 투기 때문에 홈플러스 매장이 문을 닫고 있고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이 사회가 우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국에 왜 파업을 하고 거리로 나오냐고 묻는다.

지난 1년 동안 홈플러스 매장안에서 열심히 투쟁했다. 하지만 우리는 11월12일이면 21년 일했던 안산점, 12월31일에는 18년 동안 일했던 대전둔산점을 떠나야 한다. 부산가야점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

우리도 코로나가 무섭다. 하지만 투기자본에 의해 억울하게 일터를 잃는 것은 더 무섭다. MBK의 부동산 투기를 막고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벼랑 끝에 내몰린 절박한 심정으로 10월20일 거리로 나설 것이다.

 

투쟁하지 않으면 안전도, 노동기본권도 없어
이영철 건설노조 위원장

이영철 건설노조 위원장
이영철 건설노조 위원장

지난 한 해 동안 458명의 건설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산재로 사망했다. 그런데도 국회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공청회조차 열지 않았다.

지난달 건설노조 간부 1천명이 상경투쟁을 예고하자 한 해가 가도록 열리지 않던 공청회가 부랴부랴 열렸다. 상경투쟁을 예고한 9월29일을 하루 앞두고서다.

첫걸음이 시작됐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건설사들의 거센 반대, 굼뜬 국회의 절차를 넘어야 한다. 코로나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행동을 묶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정부 당국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수많은 투쟁을 조직해 승리하고, 또 조직적 성장과 정치적 성장을 이뤄 왔다. 그 누구도 투쟁하지 않으면 듣지 않았다. 투쟁으로 건설노동자의 퇴직금인 퇴직공제부금을 적립하게 했고, 특수고용직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토록 했다. 전기노동자들이 좀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간접활선 공법 도입에 나섰고, 불법 소형타워크레인을 건설현장에서 퇴출하도록 했다.

이처럼 투쟁을 통해서야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얻어 가는 우리는, 올해가 가기 전 반드시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결의로 20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불평등 세상을 바꾸고 우리에게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총파업이다. 최소한의 노조할 권리조차도 갖지 못해 체불, 산재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노예노동을 감내해야만 하는 건설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전면개정을 이뤄 내고자 나서는 총파업이다. 일용직·특수고용직이 만연한 불평등한 건설현장에서,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으로 착취가 만연한 건설현장에서, 최소한의 권리를 위해 나서는 총파업이다. 생존권인 일자리를 요구하는 투쟁이 공갈·협박이 돼 구속과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탄압을 분쇄하려는 총파업이다.

110만 민주노총 조합원 모두가 각자의 조건에서 온 힘을 다해 참가할 총파업에 참여한다. 건설노동자는 건설노조 깃발 아래 당당히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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