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의 불꽃, 전태일 열사의 고향이며 전평(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 총파업과 10월 항쟁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대구에서 노동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 갈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이 설립됐습니다.”

2016년 4월 문을 연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대표 이태광)이 개소식 초대장에 담은 문구다. 노동운동 원류라는 자신감, 역사적 긍지를 한껏 뽐내는 내용이다. 그렇게 출범한 역사자료실이 드디어 결실을 냈다. ‘사진으로 보는 대구노동자투쟁사 1892~1997년’이라는 부제를 단 단행본 <노동해방>이 그 주인공이다.

6일 <매일노동뉴스>가 대구 중구 삼덕동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에서 이태광(63·사진) 대표를 만나 <노동해방> 출간의 의미를 들었다. 이태광 대표는 1984년 공장에 들어가 1986년 2월 대구이현공단에 있는 동협제작소에서 노동조합를 만들었다 해고된 이력이 있다. 1988년 12월 대구·경북노동조합연합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 <노동해방>의 내용을 소개해 달라.
“1892년부터 1997년까지 105년에 걸친 대구노동자들의 투쟁역사를 담은 책이다. 당시 사진을 통해서 보고 읽는 역사책이다. 보통 역사책은 딱딱한 글로 이뤄져 읽기 어렵지만 이 책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생생히 드러내 주는 사진 위주로 돼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보면서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조합원들의 역사교양자료로서 적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대략 1945년 전평, 1970년 전태일 열사, 1990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 투쟁과 지향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의 투쟁은 비록 활동한 시대는 달라도 같은 지향을 가졌다. 노동해방·인간해방이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역사는 이런 변혁적 지향을 가지고 비타협적으로 싸워 온 운동이다.”

- 어떻게 대구 노동운동역사를 단행본으로 출판하게 됐나.
“2016년부터 역사자료실 주최로 ‘대구노동자투쟁 역사기행’을 했는데 중소·영세 사업장, 특히 섬유공장이 많았던 대구지역 특성상 당시의 투쟁 현장들이 도시 개발로 대부분 사라져 버린 것을 목격했다. 또한 80~90년대 대구노동자들의 투쟁 자료들도 상당 부분 소실됐고, 남아 있는 기록들도 정리되지 않은 채 뿔뿔이 흩어져 있거나 곰팡이로 훼손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전노협도 결성된 지 이미 30년 이상 지나 당시 기억도 희미해지고 있다. 좀 더 시간이 지난다면 잊힌 역사가 되기 십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랑스러운 대구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나마 생생하게 남길 수 있는 방법은 훼손 직전에 있는 사진들과 투쟁기록들을 최대한 모아서 대구노동자 투쟁역사의 초판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3년간 기획해서 사진으로 보는 대구노동자투쟁사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자료실에서 썼지만 사실상 당시 투쟁했던 여러 노동자들과 노동조합, 그리고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같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분들의 협조, 사진과 자료들을 모아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역사를 통해 노동운동이 나아가야 할 좌표를 제시한다면.
“대구 노동자들은 전평-전태일-전노협(대구노련)을 거치면서 어느 지역에 못지않게 전투적이고도 변혁지향적으로 투쟁해 왔다. 중소·영세 사업장이 많은 지역의 객관적 조건이 더 계급적으로 나아가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2008년 이후 21세기 장기불황으로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운동은 더 계급적으로, 더 변혁적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대구지역 노동운동은 전국적 노동운동을 더 계급적으로, 더 변혁적으로 만들어 가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지난달 30일 <노동해방> 출판기념식을 민주노총 대구본부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출판기념식을 시작으로 그동안 역사자료실이 수행해 온 변혁적 노동운동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활동들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6년간 해 온 ‘전평-전태일-전노협 역사기행’ ‘사진 전시회’ 등을 더 알차게 만들어 나가고 현장 노동자 교육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금도 여러 단체에서 사진 전시회 등의 행사가 열리고 거기에 자료실이 적극 지원해 나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난 시기 치열한 노동자 민중투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을 만들어서 노동자들이 삶의 희망을 열어 가는 올바른 역사인식에 도움을 주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노동·인간해방 정신을 확산하고 ‘헬조선변혁추진위원회’ 협력을 통해 정치적 실천을 펼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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