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환춘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00386 판결

1. 사실관계

피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회사(전 한화테크윈 주식회사) 내에는 복수노조 사업장으로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삼성테크윈지회(금속노조 지회)와 기업별 노동조합인 한화테크윈노동조합(기업노조)이 있었다. 피고는 2014년 12월12일 금속노조 지회의 교섭요구를 받은 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했고, 그에 따라 2015년 1월23일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됐다.

금속노조 지회의 조합원 1천267명(2015년 5월12일 기준) 중 1천107명은 2015년 5월 창원지방법원에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산정한 법정수당 등과 실제 지급받은 법정수당 등의 차액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통상임금 소송 참가자는 전원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이었다. 통상임금 소송은 1심에서 원고들의 청구가 대부분 인용됐고, 피고가 항소했으나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됐다(부산고등법원(창원) 2019. 9. 19. 선고 2018나10299 판결). 통상임금 소송은 피고가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피고와 교섭대표노조인 기업노조는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해 2015년 12월15일 합의(이 사건 합의)를 했는데, 그 내용은 ① 통상임금 분쟁 해소 및 노사화합 선언 격려금으로 인당 300만 원을 정액 지급하고(통상임금 부제소 격려금) ② 무쟁의 및 비전 달성 장려금으로 인당 기본급 기준 100%를 지급하는 것이었다(무쟁의 장려금). 위 통상임금 부제소 격려금과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하거나,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고 노사화합 등을 내용으로 하는 확인서(이 사건 확인서)를 피고에게 제출해야 했다. 이 사건 합의 중 문제가 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일시금

① 피고는 통상임금 분쟁 해소 및 노사화합 선언 격려금으로 인당 300만원을 정액 지급한다.

② 피고는 무쟁의 및 비전 달성 장려금으로 인당 기본급 기준 100%를 지급한다.

④ 전 1, 2항은 통상임금 부제소 및 소취하와 노사화합 선언 동참 서약을 전제로 지급하며, 지급을 원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관련 소송 확정시 해당 결과를 준용한다.

이 사건 합의 이후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 중 732명은 소를 취하하고 피고로부터 이 사건 합의에 따른 통상임금 부제소 격려금과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받았다.

이 사건 확인서 작성을 거부한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은 이 사건 합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81조1호의 불이익 취급 및 814호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창원지법 2018. 5. 17. 선고 2017가합52453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 사건 합의가 사용자의 중립유지의무 위반으로서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부산고법 2018. 12. 13. 선고 (창원)2018나11667 판결)(‘항소심 판결’). 손해배상의 범위는 무쟁의 장려금에 상당하는 기본급 100%의 금액이 인정됐다. 이에 피고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대상 판결’).

2. 판결요지

가. 항소심 판결의 요지

피고는 이 사건 통상임금소송을 유지하는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로 하여금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없도록 해 위 조합원들을 불이익하게 취급함으로써 금속노조 지회의 단결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무쟁의 장려금 지급 조건을 통상임금 부제소 격려금 지급 조건과 결부시키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 2.의 ④항을 제시하고 이를 계속 고수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합의 2.의 ④항이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기업노조 조합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금속노조 조합원들 중 이 사건 통상임금 소송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었던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조건일 뿐만 아니라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들에 대한 사실상의 차별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실제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 중 상당수가 이 사건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고 금속노조 지회를 탈퇴함으로써 금속노조 지회의 단결력도 약화됐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는 노조법 81조1호의 불이익취급 및 81조4호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피고가 원고들을 비롯해 통상임금 소송을 유지하는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로 하여금 합리적인 이유 없이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해 위 조합원들을 불이익하게 취급했고, 이는 불이익취급 또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봐 피고에게 무쟁의 장려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명한 원심판결은 부당노동행위의 판단 기준과 손해액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3. 평가

이 사건에서 사용자인 피고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악용해, 형식적으로는 교섭대표노조(기업노조)와 소수노조(금속노조 지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소수노조를 차별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했다.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해야 하는데, 이는 개별 조합원의 임의적 동의를 가장한 전제조건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차별이다. 이러한 간접적 차별 방식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도입 후 노동현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부당노동행위 유형으로 원심에서 처음으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원심은 이 사건 합의의 통상임금 부제소 및 소취하 조건이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기업노조 조합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금속노조 조합원들 중 이 사건 통상임금 소송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었던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 조건일 뿐만 아니라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들에 대한 사실상의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상판결 역시 피고가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로 하여금 합리적인 이유 없이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해 불이익하게 취급했다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사용자의 중립의무와 관련해 하급심 판결 중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하고 개별교섭을 진행한 복수노조 가운데 일방에게만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한 행위에 대해 사용자의 중립유지 의무를 위반한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 내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시가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16. 11. 3. 선고 2016구합834 판결(KEC 사건), 대전지방법원 2015. 9. 2. 선고 2014가합102474 판결(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 사건)].

그러나 복수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해서 교섭대표가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례에서 정면으로 사용자의 중립의무 위반과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것은 원심이 첫 사례다. 원심은 이 사건 합의의 통상임금 부제소 및 소취하 조건이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기업노조 조합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더라도 피고가 금속노조 지회의 약체화를 의도해 금속노조 지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전제조건을 제안하고 고수함으로써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의 불이익을 초래했다고 할 것이므로, 이는 사용자의 중립유지의무 위반으로서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상판결 역시 원심이 위와 같은 피고의 행위를 “불이익취급 또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의 판단 기준과 손해액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이후 노조법 29조의4 공정대표의무를 적용했다고 해서 노조법 81조1항 1호와 4호 부당노동행위 판단을 위한 사용자의 중립유지 의무 법리가 배척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점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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