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지부(지부장 노재옥) 파업이 9일로 8일째를 맞았지만 교섭은 감감무소식이다. 노사갈등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고대안암병원·고대구로병원·고대안산병원에서 일하는 지부 소속 조합원 1천여명은 9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앞에서 현장 노동실태 증언대회를 열고 “고대의료원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치에 도달한 직원들의 고통과 분노를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부는 지난 2일 파업에 돌입했다. 2010년 파업 이후 11년 만이다.

병원의 양적 성장은 이어지는 반면 처우개선 등 분배가 이뤄지지 않아 질적 성장은 멈춰 있다는 게 지부의 진단이다. 노재옥 지부장은 “고대의료원은 2017년 의료수익 1조원 시대를 열고 나서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의료이익 1천억원을 달성하며 고도성장을 이어 오고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근무조건과 처우는 꼴찌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측은 병원 투자 등을 이유로 ‘조금만 참아라’고 해 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부에 따르면 한 달 단위로 근무표를 받는 간호사들은 오프가 7~9개에 불과해 11~13개 정도인 다른 병원과 격차를 보였다. 지부는 높은 업무강도로 인해 그만두는 간호사가 많아 1년간 1천300여명의 신규간호사를 채용한다고 설명한다. 근무한 지 1년 미만인 간호사가 절반을 넘는 수준이라고 했다. 기존 간호사는 신규 간호사 교육업무가 추가돼 허덕이고, 이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단순히 ‘갈아 끼우듯’ 간호사를 충원할 게 아니라 기존 간호사들이 그만두지 않고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근무조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부는 △임금 5.6%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관공서 공휴일 근무시 대체휴무 부여 및 통상임금 50% 가산을 요구했다. 노재옥 지부장은 “지난해 코로나19를 이유로 임금이 동결됐는데 임금인상을 통해 헌신한 노동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다른 사립대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이 평균 10% 수준인데 고대의료원은 20%를 넘는 만큼 비정규직 비율을 줄이고 정년·명예퇴직 자리를 정규직으로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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