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최대 이슈는 최저임금이었다. 당시 문재인(더불어민주당)·심상정(정의당)·유승민(바른정당)·안철수(국민의당)·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들이 모두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1만원에 도달하지 못했고,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성공하지 못했다.

김유선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저임금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가 줄고 임금불평등이 일부 축소되는 효과가 분명 있다”면서도 “기업별교섭체계 속에서는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임금격차와 이중노동시장 구조를 해소하려면 최저임금 외에 다른 정책이 패키지로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특위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7일 오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연대임금정책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저임금, 고용정책 아닌 임금정책”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평균 7.2%다. 박근혜 정부(7.4%)에 못 미친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노무현 정부 25.4%, 이명박 정부 24.6%, 박근혜 정부 23.8%로 약간씩 줄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18.6%로 뚝 떨어졌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격차를 나타내는 임금불평등 수치도 문재인 정부에서 3.86배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고용률은 60.6%로 노무현 정부 이후 가장 높았다.

또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됐던 2018~2019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경우 1년 후 실업자 등 무직이 될 확률은 낮아지고 상용직으로 전환되는 확률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고용률을 떨어뜨린다고 하는데 국내외 학계에서 부정적인 고용효과는 없다는 견해가 대세”라며 “최저임금은 고용정책이 아니라 임금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면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복지정책으로 보완할 문제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외에는 다른 수단은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득주도성장특위가 ‘연대임금’ 카드를 꺼내 든 배경이다.

“임금격차 해소 위한 3층 임금정책 필요하다”

정경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3층 구조’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정책을 제시했다. 1층은 법정 최저임금이다. 매년 논란을 되풀이하는 결정 방식과 관련해 최저임금이 1만원에 도달한 이후에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성장률에 플러스알파를 고려하되, 원·하청 불공정 거래에 따른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층은 산별 최저임금이다. 지금도 금속·보건 등 일부 산별교섭에서 최저임금을 정한다. 이를 초기업 직종급(직군·직무급)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동계가 임금인상 요구의 주요 근거로 활용하는 표준생계비를 최저생계비로 바꾸는 방안을 내놓았다. 초점을 저임금 노동자에 맞추자는 주장이다. 또 초기업교섭을 활성화하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6조1항 단협 효력확장제도 적용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3층은 기업별교섭 테이블에서 현재 정률제 방식으로 하는 임금결정을 정액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후상박형 임금인상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격차가 줄어든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연대’보다는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 교수는 구체적으로 △적정임금제·임금공시제 도입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사회적 직무평가 추진 △이익공유제·공정수수료 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노사는 임금격차의 심각성에는 공감하지만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 진단부터 입장이 갈렸다. 이창근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임금체계 개편의 핵심은 ‘어떻게 동일한 산업·업종·직종별로 표준화한 임금체계를 재구성할 것인가’라는 산별 임금체계의 문제”라며 “초기업교섭 형성과 촉진은 임금체계 개편의 핵심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원·하청 불공정거래에 따른 지불능력 차이가 임금격차의 원인”이라며 “연대임금 교섭과 원·하청 공동복지기금 정책은 원청 대기업에 면피효과만 줄 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선애 한국경총 임금·인사관리 정책팀장은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노조가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대기업 노조의 양보와 임금인상 자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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