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볕 눈부신 아침, 같은 옷차림 사람들이 국회의사당역 에스컬레이터 상행 방향을 탄다. 그 앞 둥근 지붕 건물 앞에서 할 말이 많았다. 거기 경찰이 많았다. 횡단보도는 철제 폴리스라인에 막혔다. 눈에 잘 띄라고 골랐을 형광 티셔츠에 새긴 구호가, 조끼와 모자며 또 그 위에 묶어 둔 붉은 머리띠가 문제라고 막아선 경찰이 말했다. 집회 금지며 방역법 위반이라는 경고방송이 요란스러웠다. 그 일대 경찰버스가 줄줄이 많았다. 지나던 시민은 무슨 큰일이 난 모양인가 싶어 두리번거렸다. 실은 별일도 없어 거기 모인 사람들 띄엄띄엄 서서 현수막 하나 펼쳐 들고 말을 좀 했다. 또박또박 막힘없는 콜센터 상담원의 말투였다. 언젠가 희망찼던 대통령의 약속과 여전한 현실과 촛불광장의 의미와 집회 시위의 권리 같은 레퍼토리가 어제의 말과 다르지 않았다. 뚜벅뚜벅 오래 걷는 일로 직접고용 요구를 널리 알리려는데 여기저기서 막히는 일이 잦다. 방역, 방역, 지금 세상의 구호는 하나다. 다른 말은 불온했다. 법과 원칙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돌아가는 기계처럼 정확했다. 발길 돌린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하행 방향을 탄다. 길 건너, 강 너머 저 멀리 파란 지붕 건물을 향해 걷는다. 한 명이 출발한다. 한참을 기다려 또 한 명이 발걸음 뗀다. 띄엄띄엄 떨어져 그저 걷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이게 맞느냐고 재차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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