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2019년 정보공개청구는 6만4천889건이며, 이중 보상 관련이 6만3천609건(98%)라고 한다. 대부분 사건은 산재결정 후 재해조사, 판정 자료에 대한 청구다. 결정 후 정보공개도 중요하지만, 보상 신청과 조사과정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재해자의 알권리와 적극적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단 보상부 행정의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첫째, 보험가입자의 의견과 문답서가 여전히 재해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의견과 더불어 문답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그렇다. 공단은 요양신청시 보험가입자에게 알려 의견을 확인하고 있다. 이때 보험가입자의 의견이 신청인의 요양급여 신청내용과 다를 경우 그 사실을 알리고, 보험가입자가 제출한 자료는 사본과 함께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요양업무처리규정 8조).

담당자들은 재해 사실을 사업주가 부정하거나 질병에 있어 업무기인성을 부정하는 취지의 문답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산재보상 사건을 다루면서 이런 문제가 반복 발생해 수차례 지사와 다툼이 있었다. 얼마 전 포항지사 사건에서는 산재 결정 이후 정보공개를 통해서야 사업주의 불승인 의견서가 제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성남지사 담당자는 사업주가 분명히 산재불인정 취지로 의견 및 문답서를 제출했다고 했지만 “(의견서와 문답서를 공개하라는) 그런 규정이 어디 있냐. 그렇게 하면 일을 할 수 없다. 그렇게 한 적이 없다. 불승인되면 나중에 청구하라”고 했다. 요양업무처리규정 및 공공기관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9조1항6호다항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인데도 묵살하는 것은 위법한 행정이다.

둘째, 산재신청 처분 종결 이후 정보공개의 범위도 일정하지 않다. 통상 불승인 사건 일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담당자에 따라 공개범위가 달라진다. 일정한 문서를 누락하는 경우도 있고, 중요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 사건은 공단이 촬영한 작업동영상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특정해서 요청할 때만 제공하거나, 사업주에게 확인을 거쳐야 할 사항이라는 식으로 거부하는 경우도 잦다. 작업동영상은 공단이 직접 촬영한 정보이고, 동영상 촬영시 재해자에게 알려 참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업무상 질병 여부 판단에 있어 재해자에게 핵심적인 정보다. 비공개할 이유가 전혀 없다.

셋째, 직업성 암 사건의 경우 전문조사(역학조사)보고서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청구인들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회부 전에 이를 열람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며, 공단에서 이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최근 공단 남부지사에서는 대한항공 백혈병 사건에서 비공개 결정을 해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산재가 결정된 이후에도 전문조사보고서를 요청하면 요양기간이 결정되지 않았을 때에는 보고서 결론을 제외하고 공개한다. 특히 사업주의 의견을 물어서 결정하고 있다. 전문조사기관이 직업환경연구원으로 거의 일원화됐고,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한 핵심 정보인데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 비공개하는 것은 부당하다.

넷째, 공단 재활보상부 업무 운영은 각종 규정과 지침·지시에 기반하고 있다. 이전에는 일부 규정만 공개하다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권고 이후 부터 거의 모든 지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지침보다 하위 업무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업무처리요령·업무처리기준’ 등은 대부분 비공개돼 있다. 지사에서 쟁점사항에 대해 본부에 질의·답변하는 ‘질의회시’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공단의 지침이 판례보다 중요한 행정작용의 이론·실무적 기반임을 볼 때 그 제·개정 과정의 투명성과 합리성, 절차적 타당성이 부족하다.

다섯째, 산재판례 정보가 홈페이지상 게재되고 있지만, 전체 판결이 아니다. 특히 공단은 1·2심 원고승소 취지의 조정사건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올리지 않고 있다. 공단이 패소가 분명한 사건이며, 이들 사건의 비중이 적지 않은데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여섯째, 판정 및 심의결정의 구체적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 공단 통계연보에는 1년 단위 심사결정 현황만 간략히 기재돼 있다. 질병판정위 및 산재심사위원회는 분기별·연도별 심의 결정현황 자료를 만들고 있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핵심적인 산재 권리구제 기관들의 판정현황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최근 공단 업무상질병부에 ‘판정위원회 심의사건 회송 관련 업무처리기준 알림’ 문건을 특정해서 정보공개 신청했는데 ‘판정위원회 운영규정’을 송부했다. 공단 본부 담당자들부터 정보공개법 6조의2에 명시된 성실수행 의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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