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케이오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처음 노동자를 정리해고한 사업장이다.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라고 판정했음에도 케이오는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0일 행정소송 1심 재판부가 정리해고를 부당하다고 확인했다. 이번 판결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부당해고 당사자와 그들을 돕는 이들이 글을 보내왔다.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김영관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김영관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법원이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케이오 주식회사가 지난해 5월 8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명목으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미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위원회에서 동일한 취지의 판정이 있었음에도, 케이오가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면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 법원도 케이오가 자행한 정리해고를 부당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법원이 정리해고를 부당하다고 인정한 첫 번째 이유는 케이오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케이오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순환근무 실시 등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단시일 내에 정리해고를 자행했다.

특히 케이오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체불임금 있는 사업장에는 제한되고, 지원금 액수가 적으며 지원금 수령에 일정 시간이 소요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지원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법원은 법령상 그와 같은 제한은 존재하지 않으며 당시 정부가 항공산업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요건을 완화하고 지원수준을 상향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었음을 고려할 때 케이오의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고 봤다.

케이오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업무 내용이 달라 순환근무를 실시할 수 없어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소송 과정에서 케이오가 정리해고 시행 후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던 직원 일부를 김포공항으로 전보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법원이 케이오 정리해고를 부당하다고 인정한 두 번째 이유는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케이오는 해고 대상자를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한 평가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평가기준조차 없었고 평가자에게는 평가 대상자에 대한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

케이오는 중노위 단계에서는 평가점수를 표준점수로 변환했기 때문에 동점자가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소송 단계에서 평가표가 제출돼 동점자가 다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동점자의 경우 선임자를 우선했다며 주장을 번복했다. 번복된 주장을 입증할 자료는 없었다. 동점자 중 어떤 이는 필수인력으로 분류돼 근무를 계속했지만, 어떤 이는 기약 없는 무급휴직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어떤 기준에 따른 것인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법원은 정리해고가 희망퇴직이나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한 해고 대상자 선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케이오는 평가점수가 낮아 해고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주장했지만, 해고된 노동자들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노동자 중 다수가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

케이오의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은 당연한 결과였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케이오는 원청(아시아나에어포트)의 도급비 지급 지연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자행했는데, 원청에서 도급비 지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고지받기도 전에 정리해고 실시를 공지했다. 그 뒤 케이오는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신청조차 하지 않는 등 일사천리로 정리해고를 위한 각종 절차를 밟아 나아갔다. 경영상 위기를 자초했다고 보기에 충분한 정황이었음에도 이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리해고를 위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된 점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부당해고를 인정한 중노위와 1심 법원의 판단에도 해고노동자들이 여전히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 필요성도 더욱 절실해졌다. 케이오의 해고노동자들은 1심 판결 선고 후에도 여전히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관할 법원이 중노위 신청에 의해 구제명령의 이행을 명할 수 있게 하려던 시도가 20대 국회에서 흐지부지됐다. 다시 한번 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이미 유사한 조항(85조5항)을 마련하고 있다.

1심 판결 선고 후 케이오에는 또다시 항소기간이 주어졌다. 부디 정리해고를 해야 할 정도로 경영상태가 어렵다던 케이오가 이행강제금으로 구제명령 이행을 늦추는 부조리한 상황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길, 지금이라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고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키길 바란다. 지금도 충분히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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