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민의의 전당 국회 정문 앞, 철제 폴리스라인이 이리저리 꼬여 미로 같은 길을 낸다. 어디 가는지를 묻는 날카로운 눈초리를 여러 번 거치면 네모난 공간에 이른다. 기자회견장소 간판이 달렸다. 그 자리 한 사람만 설 수 있어 일행은 철제 펜스 밖에서 서성인다. 회견을 청한 사람은 그 앞 많지 않은 기자 앞에서 저마다의 다급한 사정을 풀어내 보인다. 어쩌다 사람이 겹칠 땐, 그 앞 많이도 지켜선 경찰이 집회 금지를 경고한다. 마이크 주고받아 다음 주자가 이어 달린다. 현수막을 잡고 설 사람도 없어 새롭게 준비한 입식 선전판이 그 자리 휑한 풍경을 얼마간 메꾼다. 거기 권리의 사각지대라고 새겨 코로나 위기 속 투명인간 신세가 사진에, 영상에 담기길 바란다. 할 말을 내보이는 일이란 요즘 길에 홀로 서는 일이 됐다. 그러니 사람들은 어느 실내 넓지도 않은 곳을 찾아 들어간다. 촘촘히 붙어 앉은 사람들이 앉은 채로 구호를 외치면 맞은편 다닥다닥 어깨 붙인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요란하다. 문제 삼는 경찰이 없어 안전하다. 다만 밖에서, 길에서 두 명이 서는 게 위험했다. 위태로운 게 코로나 방역상황만이 아니라는 게 사람들 뒷말이다. 여기저기 무성하다. 말할 권리의 사각지대가 많다. 실상은 보이지도 않는 요지경 속 일만 같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는 탄식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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