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내년 대통령선거가 200일을 채 남기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도 중반전을 달리며 뜨거워지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속속 대권주자 지지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정책연대 대상으로 선택한 노동조직인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이 공식 출범했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임대표를, 신승철·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양대 노총 전 위원장들이 손잡고 정치연대체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신승철(57·사진) 노동광장 공동대표를 만났다. 신 공동대표는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했다.

진보정당 통합 요구 외면에 새로운 정치 고민
양대 노총 전직 위원장 손잡고 정치연대체 구성

- 그동안 ‘노동중심 진보정당 건설’이란 독자정당론을 견지해 왔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정책연대를 선언했다. 입장을 선회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진보정당 분열 이후 수차례 고착화된 구조를 조합원 대중의 힘으로 돌파하고자 했다. 그러나 매번 깨지기만 했다. 조합원 요구와는 달리 이익과 헤게모니, 패권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구조 안에서 상대 탓만 하는 책임론만 반복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요구하는 초기 활동가들은 어느 조직(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채 진보정당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쳐 가고 나이 들고 활동공간이 없어지면서 개별적으로 다른 선택을 하더라. 이런 소중한 역량이 방치되고 퇴출되는 구조를 보면서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노동광장이 태동한 것은 1년 전쯤이라고 한다.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양대 노총 세력이 정치적으로는 연대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부터다.

“이용득 전 위원장은 현직 시절 양대 노총 통합을 주장했어요. 현실적으로, 조직적으로 1·2노총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의제입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노동이란 동질감을 갖고 연대 틀을 전직 활동가들이 고민하자고 했죠. 개별 입당자들은 당 권력으로 흡수되지, 그들의 출신성분과 과거 이력이 노동을 위해 존재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진보정치는 정치개혁을 추진했으나 (위성정당이라는) 기형적으로 결론 나면서 좌절이 컸습니다. 새로운 고민을 해 봐야 한다는 게 문제의식의 출발입니다.”

- 지난 12일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의) 독자정당론과 (한국노총의) 정책연대론 모두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노동광장의 정책연대가 기존 정책연대와 무엇이 다른가.
“기존 정책연대는 노동계가 요구하는 정책의제에 동의한 당선자가 선택적으로 노동계 인사를 발탁하는 정도로 정리가 됐지만 (노동계가) 실행주체가 되지는 못했다. 노동광장은 대선 뒤에도 양대 노총과 미가맹 조직까지 범노동세력 (블록화를 통해) 상시 조직으로 운영하면서 실행주체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광장’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다. 플랫폼처럼 연대체를 구성하고, 체결된 정책연대를 강제하고, 사람을 배출하고, 지속가능한 조직을 유지할 것이다.”

당선 가능한 친노동 후보 이재명과 정책연대
“정책연대 대상은 진보정당이 될 수도 있다”

신승철 공동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정책연대 대상이 친노동 후보라고 평가한 이재명 후보인 것이지, (앞으로 다른 선거에서는) 진보정당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책연대 대상은 친노동 후보와 당선 가능성을 놓고 볼 때 진보정당도 될 수 있다”며 “진보정치의 통합과 단결에도 관심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더불어민주당) 당적 없이 정책연대를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역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민주당 정권의 노동정책 실패 경로가 비슷하다.
“동의한다. 민주당이 개혁정부라고 하기엔 그들이 기득권화돼 있는 기존정치에 편입되면서 보수보다 더 보수적인 영역도 존재한다. 몇 개의 노동의제를 사회의제화했다고 해서 노동개혁과 사회개혁이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진보정당이 자기 역할을 하고 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다. 개혁주체로서 노동이 서 있지 못하면 대상화된다. 그래서 노동조직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유지하면서 강제하는 힘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 문재인 정부 4년 노동정책 평가가 선행돼야 하지 않나.
“노동정책 실행주체에서 노동자 당사자를 배제하고, 반대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는 두 가지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최저임금 1만원이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의제화했지만 후속조치를 논의하면서 관철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앗 뜨거워’ 하며 포기했다. 그에 대한 배신감이 큰 것이다. 촛불의 혜택은 문재인 정부가 가져갔지만 가장 중요한 노동존중 세상은 어디에도 없고, 계속 갈등구조를 방치하고 있다.”

신 공동대표는 지난 토론회에서 정책연대 대상의 네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노동정책 실현 가능성을 가지고, 노동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인정하며, 권력교체가 아니라 정권교체 성격을 가지며, 당선 가능한 친노동 후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를 정책연대 상대로 꼽은 이유에 대해서는 노동자 출신, 공약 이행률, 정치개혁 적임자, 지자체에서 노동정책 성과를 들었다.

- 이재명 후보라고 다를까.
“대표적인 이재명 후보의 차이점은 출신성분이다. 노동을 경험한 사람과 아닌 사람, 외곽(주변부)을 잘 아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다르다. 처음엔 이 후보가 ‘소년공’이라고 회자될 때 별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노동자 삶을 살아본 사람과 노동자 삶을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고 본다. 자신의 출신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다. 이런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가치에 노동가치를 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노동자 출신성분에 당당한 이재명 노동가치 담아”
“브루투스 너마저” vs “노동진보정치 메기 역할”

- 이재명 후보를 통해 실현해야 할 과제로 전태일 3법, 정치개혁법, 비정규직 취약노동자 복지와 이해대변체제 구축을 제시했다.
“전태일 3법을 근간으로 하는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산별교섭과 단체협약 효력 확장을 걸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정치개혁법도 같이 내걸어야 한다. 노동광장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주요의제를 채택하고 최근 이재명 후보에게 전달했다. 이것이 공약으로 관철되도록 하는 게 노동광장의 역할이기도 하다. 대선 본선에서는 또 달라질 것이다. 정책연대는 논공행상을 뛰어넘어야 한다. 한 개의 의제라도 이재명 후보 당선 뒤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내 뒷배에는 노동자가 있다는 힘이 있어야 한다. 노동광장이 그 역할을 책임져야 한다.”

- 이번 선택을 두고 개인적으로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들었다.
“저와 김영훈 공동대표가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사임했다. 전직 위원장으로서 이 길을 선택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왜 없겠나. 진보정치와 진보정당 통합을 꿈꾸는 헌신적 활동가들과 민주노총 대중적 조직에는 부담감과 미안함을 갖고 간다. 다만 사익과 패권, 헤게모니를 위해 자기 입장을 고수하고 통합하지 않는 그룹에는 미안하지 않다. 과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동광장이 메기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정치)조직 없는 노동자가 조직 있는 사람들에게 만날 이야기해 봤자 자기들 패권을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안 한다. 노동과 진보가 동질감을 갖고 단결해야 할 시기에 이익과 패권을 위해 고집한 세월이 십수 년이다. 내가 욕을 먹더라도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 앞으로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이재명 후보 당선을 위해 조직하고, 대선공간에서 나온 노동정책을 관철해야 할 것이다. 대선 이후 조직확대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기적 과제일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노동광장은 어떤 입장으로 임할 것인지도 포함된다. 장기적으로는 조직확대와 노동정책의 사회적 확장이라는 과제가 있다. 범노동 정치연대체로서 조직기능과 정책연구·인재발굴·지방조직 기능을 갖출 것이다. 여성·비정규·이주·청년노동자를 위한 의제와 조직도 갖출 것이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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