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4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입법공청회’를 개최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과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이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뿌리는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의원입법 형식으로 추진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법안이다. 노무현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법 적용은 불가하다는 관점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계약에 관한 부분적 보호와 산재보험 특례 적용을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특히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조가 아닌 임의단체 설립만 허용하고, 노동자가 파업을 통해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면 민·형사상 처벌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이후 십수 년간 특수고용직 노조들은 ‘보호’란 이름으로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법안에 반대하며 싸워 왔다. 이명박 정권으로 바뀐 뒤에도 옛 민주당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법안을 당론으로 유지했지만, 특수고용대책회의의 단체행동에 부딪쳐 2012년 법안을 포기했다. 그리고 2017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수고용대책회의의 요구를 받아들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의 근로자 정의를 개정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불과 1년 뒤에 정부·여당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서라며 노조법 개악안을 추진했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법안을 더 이상 고집하진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 한국노총 출신의 임이자 의원이다. 2018년 12월 자유한국당은 노무현 정부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법안을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임이자 의원 대표발의로 제출한다. 21대 국회로 바뀐 지난해 12월에는 법안의 적용대상에 디지털플랫폼근로종사자를 추가해 다시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가 플랫폼종사자 법안을 추진하자 이미 10년 전 폐기처분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법안이 덩달아 살아난 것이다.

국민의힘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법안은 지난 십여 년간 투쟁으로 이뤄 온 변화에 역행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미 2018년 이후 대법원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점점 더 넓게 인정하는 추세임에도 법안은 여전히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말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동일하게 하나의 사업에 전속적·상시적으로 노무제공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는 법제란 점이 이미 산재보험법 특례규정 실패로 판명됐다.

만약 이 법안이 입법된다면 우리가 비준한 ILO 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 아니라 현행 판례와도 배치될 것이다. 근로계약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단체교섭권, 파업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ILO 기준에 역행하는 입법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20여 년간 투쟁으로 쟁취한 노동 3권을 박탈당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사용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이 법안에서 말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며 노동권을 부정하고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명분으로 삼을 것이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이 법안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적 투쟁을 길고 고통스럽게 벌이게 될 것이다.

이런 좀비 법안에 대해 공청회에서 어느 국회의원도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분노를 넘어 슬픔까지 느꼈다. 입으로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인 고용상 지위 오분류 대책을 내놓지 않는 정부·국회의 무책임, 십수 년간 거듭된 국가인권위원회·유럽연합(EU)·ILO의 노조법 2조 개정 권고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뻔뻔함,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말하며 2등 노동자로서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정부·여당의 위선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법이라는 좀비 법안을 되살려 냈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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