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총과 전경련 등 경제 5단체장들은 13일 롯데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항공운송사업을 필수공익사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이유에 대해 "내년 월드컵 때 항공기 조종사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항공기 운항 중단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또 "항공운송의 중단은 국가신인도와 국가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수공익사업이란 '공익사업 가운데 그 업무의 정지나 폐지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고 국민경제를 저해하는 사업'으로 현행법에서는 철도, 수도, 전기, 가스, 석유정제, 병원, 통신사업 등이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필수공익사업장에서 노사갈등이 발생해 노동위원회에서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직권중재'로 인해 노조가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필수공익사업장에서 노조의 쟁의행위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인데, 바로 이 점이 '노사자율 교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지는 '노동3권을 막는다'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왔음은 물론 법원에서조차 헌법소원을 낸 조항이다.

행정법원은 지난 11월 19일 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에 대해 "노사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한 강제중재는 노사자치주의와 교섭자치주의에 위배되고 노동3권을 형해화(形骸化)할 가능성이 크다"며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행정법원은 "직권중재는 중재기간에 전면 파업뿐 아니라 준법투쟁까지도 모두 금지해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하고 "직권중재 때문에 사용자가노사협상에서 성실히 임하지 않아 원만한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의문이 든다"며 자율적 교섭을 방해하는 역기능을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 축제인 2002년 월드컵 때 항공기가 뜨지 않는 불상사가 생긴다면 우리나라의 국가적 명예가 땅으로 추락할 것은 자명하다. 더불어 위기상태에 놓여있는 경제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재계의 이번 입장은 파업의 원인과 예방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파업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데만 열을 올린다는 인상을 준다. 파업은 노사간 의견이불일치하고 갈등이 첨예화된다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노사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파국이 빚어지면 노사간 자율적인 교섭을 유도해 원만하게 매듭짓도록 해야 한다.

노동계가 반발하고 법원에서도 헌법소원을 낼 정도로 문제가 있는 제도에 항공사를 끼워 넣으려는 재계의 태도는 노사 관계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하고 파업이 일어난 뒤에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생각보다는 단지 '파업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재계의 폐쇄적 마인드가 살아 있는 한 '신노사문화 창출'이나 '노사관계 발전'은 요원한문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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