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미얀마의 6개월은 학살과 탄압으로 점철돼 있다. 최근에는 바이러스 물결까지 뒤덮었다. 지난 월요일, 몬주 타톤 타운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오토바이택시 드라이버 아웅 파잉씨는 군대가 자신의 마을에 진입하는 것을 보고 도망치던 중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그의 죽음으로 지금까지 군·경의 총칼에 목숨을 잃은 시민은 934명이 됐다. 체포된 6천913명의 시민 중 65명에게는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를 바랐다는 이유만으로 1천명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최근 군부의 잔혹한 시위 진압과 코로나19 확산으로 미얀마 항쟁의 파고는 어느 정도 잦아드는 모양새다. 도심에서 항쟁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한 판단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문지면에 보도되는 미얀마 소식 역시 거의 사라졌다. 뉴스에서 사라지면 관심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약 3만명의 미얀마 사람들은 이런 관심이 소멸할까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뉴스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항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난 23일 아침 8시,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인근의 인세인 교도소에서는 ‘독재 타도’ 구호를 외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 시위는 인세인 교도소 내 여성수용소에서 시작됐다. 이곳에는 민주화 시위와 시민불복종운동으로 체포된 여성들이 갇혀 있다. 여성 수감자들의 시위는 이내 교도소 전체로 번졌고, 심지어 일부 직원들까지 동참했다. 물론 군부는 이내 장갑차 등을 동원해 교도소로 진입했고, 교도관들이 갖고 있던 무기를 모두 압수했다.

어떻게 교도소 안에서 시위가 벌어진 걸까? 과거에도 무수히 많은 민주화운동가들을 가두곤 했던 이 악명 높은 교도소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도소 당국은 구내 병원에 있는 수감자들에게만 치료를 제공했다. 수감자들에겐 아무런 의료 혜택이 제공되지 않았고, 심지어 교도관들조차 보호받지 못했다. 이런 사실이 수감자와 교도관의 연대가 이뤄진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게다가 시위가 있기 하루 전인 22일 군부는 마약 거래와 절도죄로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된 1천여명을 석방하겠다고 발표했다. 항쟁을 탄압하기 위해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이고 고문하다 보니 정작 중범죄로 수감돼 있던 사람들은 석방하고, 활동가들을 가두는 일에 집중하는 셈이다. 미얀마 군정에 과연 한 사회를 통치할 능력과 관점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군부는 방역 대신 탄압을 택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시위 과정에서 67명의 의사와 221명의 의대생이 체포됐고, 약 600명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사망자 중에는 7명의 간호사도 있다.

한국 시민·사회단체들과 노동조합, 다양한 지역 풀뿌리단체들과 종교단체들은 멀리 미얀마에서 들려오는 참극에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했다. 부산과 광주·울산·거제·창원·전주·대전·서울 등에서는 지역 운동단체와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유학생들이 거의 주말마다 모여 미얀마에 학살을 중단하라고 외쳐 왔다. 크고 작은 모임과 학교 등에서도 때로는 미얀마인들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또는 모금 활동이나 사진전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미얀마 항쟁에 도움을 주기 위해 힘썼다.

이처럼 전국적이고 장기적인 연대는 그전까지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나라 밖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한데 최근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는 우리의 세계관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역사와 경험, 동시대에 대한 촉각이 우리를 바꾸었다.

다음달 8일 일요일, 전국 각지에서 전개될 공동행동은 미얀마 항쟁에 연대해 온 한국 시민·사회가 전국적인 행동을 펼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게다가 이날은 1988년 8월8일 미얀마 민주항쟁이 있었던 날이기도 하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 오랜 항쟁에 연대함으로써 자꾸만 망가지는 민주주의의 힘을 국제연대를 통해 구축하자는 취지다.

‘8888 공동행동’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심화된 조건 속에서 지역별 방역지침에 맞게 진행될 예정이다. 가령 거리 두기 2단계나 3단계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99명 또는 49명까지 옥외 집회가 가능하니 기존에 하던 집회를 진행하고, 4단계로 지정돼 있는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장소에서 1인 집회를 개최한다. 미얀마 대사관과 무관부 앞만이 아니라,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여전히 단절하지 않고 가스전 사업 이윤을 나누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한국가스공사·이노그룹으로도 찾아갈 예정이다. 특히 대구에 위치한 가스공사 앞에는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만이 아니라, 지역의 여러 단체와 노동조합들이 매일같이 1인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말로만 ‘인권경영’을 하는 가스공사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또 국민연금처럼 포스코에 대해 높은 지분을 갖고 있어 책임감을 가져야 할 투자기관들도 항의 대상이다.

8월8일의 공동행동은 오프라인 집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7월 말부터는 냄비 두드리기 온라인 행동을 통해 ‘#8888함께해요 #힘내라미얀마 #WithMyanmar #supportmyanmar’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할 것이고, 8월8일 당일 저녁 8시에는 줌 온라인에 접속해 함께 8천888보를 걷는 행동도 준비하고 있다. 시간은 빠듯하고, 부족한 점은 많지만 전국적인 공동행동을 통해 ‘더 나은 동아시아’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한 목소리를 이어 나가길 희망한다.

지역에서의 1인 시위나 8천888보 걷기 정도라도 공동행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개인 또는 단체는 누구나 텔레그램방(t.me/solidarity_in_korea)에 들어오면 참여를 안내받을 수 있다.

플랫폼C 활동가 (myungkyo.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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