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유가족들이 27일 오전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의 전시물을 인근 서울시의회에 마련된 임시 공간으로 옮기고 있다. 그림에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 모습이 담겨 있다. <정기훈 기자>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을 자진 철거했다. 기억공간에 있던 내부 기록물과 작품은 서울시의회에 임시 보관·전시한다.

유가족 모임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연대시민단체인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6일 저녁 유가족 회의체인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이 같은 사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유가족들은 기억공간 기록물과 전시물 등 작품들을 차량으로 운반해 약 800미터 떨어진 서울시의회로 옮겼다. 서울시의회는 1층에 기억공간 기록물과 작품을 보관·전시할 수 있는 임시공간을 제공했다. 기록물과 작품 전시공간이던 목조건물은 시공했던 업체가 해체한 뒤 안산시 단원구 협의회에 위치한 4·16가족협의회 사무실로 옮긴다. 공간을 차후 재사용할지는 정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28일 철거를 시작할 예정이다.

물리적 마찰 없이 공간이 철거됐지만 기억공간 향방 문제는 그대로다. 유가족은 “광화문광장 공사 이후 세월호 참사와 민주주의 역사와 의미를 담는 방안을 시민들과 협의하기로 과거 박원순 전 시장과 약속했기 때문에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광화문 재구조화 이후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수목이나 표시목 등을 설치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유가족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시민과 협의회가 참여해 세월호 기억공간 보관을 논의할 협의기구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바라는 마음과 올바른 민주주의가 키워진 공간으로, 국민이 함께 추억하고 어디서든 기억해야 한다”며 광화문광장 추모 구조물 설치를 요구했다. 그는 “유가족들만의 공간이 아닌 만큼 시민들 모두가 동의하는 방향이면 지상이든 지하든 어디든 괜찮다”며 “우선 시작을 해야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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