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 지도부가 지난 6월17일 자유민주당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렌고>

지난 6월9일 일본 국회의 참의원 본회의에서는 ‘강제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105호)의 체결을 위한 관계 법률의 정비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했다. 이 법안은 의원입법으로 ‘국제노동기구(ILO) 활동추진 의원연맹’에 속한 야당 의원들이 앞장서 마련했다.

참의원 본회의가 통과시킨 법안은 105호 협약이 금지하는 강제노동과 관련해 △국가공무원의 정치 행위 △일정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노동규율 위반 △공무원의 쟁의행위 등에 대한 처벌 수위를 징역형에서 금고형으로 변경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쉽게 말해, 파업이나 정치활동에 참여한 공무원에 대한 법적 처벌을 ‘징역형’에서 ‘금고형’으로 바꾼 것이다. 징역은 노역을 해야 하는 감옥형이고 금고는 노역을 하지 않는 감옥형이다. 개정 전까지는 공무원이 파업을 선동하거나 정치활동에 참여한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일본 노동계는 강제노동 철폐 관련 법안 통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파업이나 정치활동에 참여한 공무원을 처벌할 목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감옥형 조항이 그대로 유지된 데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처벌 수준을 노역(강제노동)을 부과하는 징역에서 노역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금고로 경감함으로써 ILO협약 105호 비준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본다. 일본 노동계는 법안 정비로 법률적 장애물이 제거된 만큼 가을에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105호 협약 비준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최대 노총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는 “2011년 국제연합에서 ‘기업활동과 인권에 관한 지도 원칙’을 채택하는 등 인권의 존중과 보호에 관한 인식이 나라 안팎에서 빠르게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제무역과 해외투자에서 중요한 노동기준으로 언급되는 사안을 법안 성립으로 처리한 것은 시의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ILO 창립 100주년을 맞아 2019년 렌고는 ‘ILO 기본협약 촉진팀’을 만들어 국회 청원 등의 활동으로 법률 개정을 통한 ILO 협약 비준 캠페인을 펼쳐 왔다.

1919년 출범한 ILO의 원년 회원국인 일본은 190개 협약 가운데 지금까지 기본협약 6개, 정부노동행정(우선)협약 3개, 기술협약 40개를 포함해 49개 협약을 비준했다. 오는 가을 국회에서 105호 협약 비준안이 통과하면 8개 기본협약 중에서 111호 ‘고용과 직업에 따른 차별 금지’ 협약을 제외한 7개 기본협약에 대한 비준을 마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아이하라 야스노부 렌고 사무총장은 “일본이 차별을 허용하고 인권을 경시하는 나라로 보여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강제노동 금지 협약이 비준된다면 유일한 미비준 기본협약으로 남게 되는 111호 협약의 조기 비준을 위해 조직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ILO의 8개 기본협약 가운데 하나인 ‘강제노동의 철폐’ 협약 105호는 “(a)기성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체제에 반대하는 정치적 관점 혹은 사상적 견해를 가진 것을 처벌하기 위한 정치적 강압이나 교육 혹은 처벌의 수단으로, (b)경제발전의 목적을 위해 노동을 동원하고 사용하는 방법으로, (c)노동규율을 위한 수단으로, (d) 파업 참가자에 대한 처벌의 수단으로, (d)인종적·사회적·국적 혹은 종교적 차별의 수단”으로 강제노동을 이용하지 말 것과 이러한 형태의 강제노동을 즉시 철폐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1957년 6월25일 열린 40차 국제노동회의(ILO연차총회)에서 채택된 105호 협약은 187개 회원국 중에서 176개국이 비준했다. 105호를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브루나이·중국·일본·라오스·마샬제도·미얀마·팔라우·동티모르·통아·투발루 등 11개국이다. 관련 입법을 마친 일본 국회가 가을 회기에 105호 협약 비준안을 통과시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105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만 남게 된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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