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진희 서울청년진보당 부대표

코로나19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됐다.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도 대면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필수노동자들이 떠올라 지난 11일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일터를 찾아 방역 봉사활동을 했다.

왜 아파트 경비노동자 초소 방역활동이었나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역과 소독이 이뤄진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비·미화 노동자들의 초소나 휴게실에 대한 방역과 소독은 그 안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당연하지만 보이지 않는 노동이라서인지, 입주민을 중심으로 고민해서인지, 관리책임을 지는 시설관리업체가 용역업체라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파트 방역에서 초소와 휴게실은 제외된다.

지난 11일 코로나 방역물품을 챙겨 아파트 경비노동자 초소를 방문했다. “우리 주민을 가장 많이 만나는 경비노동자들을 위해 방역 봉사를 하러 왔다”고 인사를 건넸다. 초소에 택배물품을 찾으러, 혹은 민원 해결을 위해 찾아오는 경우는 많아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신기하고 고맙다”고 하신다. 방역봉사단이 초소에 들어가고 자신이 초소를 잠시 비우는 잠깐의 상황도 “어색하다”고 말하는 경비노동자의 말씀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일하다가 지네에 물려 며칠 동안 앓은 적이 있었는데 마침 아파트 내 벌레퇴치를 위한 소독방역이 진행됐어요. 근데 왜 난 우리 초소도 방문해 주면 안 되겠냐는 그말 한마디를 건네지 못했을까요. 우리를 위해 부탁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도 못했네요.”

코로나와 무더위로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는 요즘, 찾아갔던 많은 경비초소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 반가웠다. 그러나 방문했던 30곳 중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곳은 한 곳뿐이었다. 그 한 곳도 재활용 쓰레기를 치우고 와서 너무 힘들어 잠깐 틀었다고 곧 끌 거라고 말씀하셔서 그 이유가 궁금했다.

“에어컨 틀었다가 전력이 따라오지 않아서 CCTV가 꺼진 적이 있어요. 그다음부터는 무서워서 엄두도 안 나더라고요.” “에어컨 틀었다가 전기세 많이 나왔다고 야단날까 무서워서 어떻게 틀어요?” “초소에 있는 시간보다 바깥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은데 언제 틀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이 돌아왔다. 경비노동자의 근무환경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지자체별로 경비노동자 지원조례도 만들어지고 에어컨 설치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곳도 늘었다. 그러나 밖에서 제 아무리 좋은 제도가 만들어진다 해도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여전히 파리 목숨이라서 괜히 밉보였다가 짤릴까 봐 알아서 기게 된다”고 말한다. ‘웃프게’도 현장 권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에어컨 하나 켜는 것도 관리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백내장수술 하려면 한 달 쉬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1년에 한 번 재계약을 하는 경비노동자에게 병가는 주어지지 않는다.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계신 한 분은 수술이 끝나면 한 달은 쉬어야 하는데 회복 후에도 일하려면 자신이 사람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일용직 노동자를 알아보고 고용해서 자신이 받을 월급에 더해 돈을 꿔서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자기 시급의 두 배에 해당하는 돈을 들여 대체직을 고용해야 하는 경비노동자들은 마음 편히 아플 수도 없다.

필수노동자라서 백신주사를 맞는 게 아니라 ‘맞을 수 있는 고령의 나이대’라 백신주사를 맞게 됐는데 백신을 맞고 아프더라도 쉴 수 없으니 포기했다는 경비노동자들의 제보가 쏟아진다.

필수노동자 지원조례, 필수노동자 지원위원회 구성 등 제아무리 몇 가지 생색내기식 정책이 추진된다고 해도 ‘해고는 쉬운, 일 시킬 때만 필수노동자’가 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어떤 노동자의 처지도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민주노총은 ‘한국 사회 노동계급의 대표로서 자기 책임을 다하겠다’며 거리에 나섰고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정부는 노동자의 ‘출퇴근 집단행렬’은 어쩌지도 못하면서, 필수노동자의 ‘해고 불안’에는 눈을 감으면서도, ‘살고 싶다’고 투쟁에 나선 노동자에겐 재갈을 물리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참 치졸하고 비겁하다.

서울청년진보당 부대표 (say_jin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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