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윤석열은 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다. ‘자유’에 대한 유별난 강조는 사회민주주의나 민중민주주의에 대한 거부로 해석할 수 있다. 당연히 윤석열은 사회민주주의와 민중민주주의의 일부인 경제민주주의와 산업민주주의에도 반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은 2019년 7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본인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0년에 밀턴 프리드먼과 로즈 프리드먼 부부가 함께 쓴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꼽았다. 10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방송국에서 만든 10개의 강의를 묶은 것이다. 윤석열이 말하는 자유가 무엇인지 알려면 프리드먼 부부가 말하는 자유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된다.

프리드먼 부부의 <선택할 자유>는 “자유시장에서 사기업을 통한 경제활동이 정치적 자유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교육도 자유시장에서 사기업에 맡기면 되고, 빈곤 퇴치도 자유시장에서 사기업에 맡기면 된다. 차별 철폐도 마찬가지다. 경제와 마찬가지로 정치도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들 사이의 상호작용인 “자발적 교환”을 통해 결정되는 게 최상이다. 정치 혹은 정부의 역할은 “사익을 촉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범위를 넘어선 안 된다. 큰 정부는 자유시장이 가져다준 번영과 인간의 자유를 파괴하기 마련이다.

프리드먼 부부는 자유시장국가의 모범으로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을 추켜세운다. 관세는 물론 국제무역에 제약을 가하는 어떠한 규제도 없다. 정부가 경제활동에 거의 개입하지 않으며 최저임금법이 없다. 가격 통제가 없으며 세금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홍콩 거주민들은 그들이 팔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팔고, 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산다. 프리드먼 부부는 대영제국의 관료들이 자신의 식민지인 홍콩에 관철시키는 “자유시장과 작은 정부”를 정작 영국 본토에서 시도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투덜거린다. 참고로 프리드먼 부부가 이상향으로 추켜세운 홍콩의 자유시장경제체제는 영국과 중국 간에 합의된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2047년까지 변함없이 지속된다.

프리드먼 부부에게 복지국가와 사회복지제도는 없애야 할 악이다. 세금을 통해 국가나 사회가 제공하는 공적 혜택은 최소화하고 개인이 알아서 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세금에 의존하던 문제들을 개인의 창의와 평등한 인간들끼리의 자발적 교환에 의존하게 되니 국가에 세금 낼 필요가 없어진다. 사회보장이라는 미명하에 보건·교육·복지에 천문학적인 돈을 낭비하고 있는데 이것은 노인에게 유리하고 청년에게 불리하다. 왜냐하면 청년이 높은 세금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프리드먼 부부에게 사회복지제도는 시대에 뒤떨어진 “가부장적 보호라는 악”에 다름 아니다. 가족을 해체하고, 개인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저축·혁신할 동기를 떨어뜨리며, 자본의 축적을 감소시켜 결국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회복지제도는 철폐돼야 한다.

프리드먼 부부는 “결과의 평등”이 자유와 충돌한다고 본다. 따라서 “모두가 동등한 생활수준과 소득을 누리고 동등하게 결승선에 도착하는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 기회의 평등은 “재능에 따른 경력(a career open to the talents)”이다. 인간은 서로 능력이 다르며 사람들 사이의 우열 관계는 필연적이다. 프리드먼 부부는 “(가난하고 무식한 민중의) 민주주의가 과해지면 (부유하고 유식한 엘리트의) 시민적 미덕이 훼손된다”는 토마스 제퍼슨(1743~1826, 미국 3대 대통령)과 알렉시 드 토크빌(1805~1859, 프랑스 정치철학자)의 입장을 지지한다. 따라서 평등이란 “신 앞의 평등”이면 족하다. 출생과 종교와 국적이 아닌 성과로만 평가되는 것이 진정한 평등, 즉 기회의 평등이다. 그리고 성과를 평가하는 최선의 방법은 “부의 축적” 수준을 살피는 것이다.

모두에게 공정하게 부가 나눠진다면 자유는 줄어든다고 믿는 프리드먼 부부는 더욱 과감한 주장으로 나아간다. “부자 부모를 만나 재산을 상속받는 것과 음악적 능력과 수학적 천재성과 같은 재능을 상속(유전)받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재능의 상속에는 분개하지 않으면서 재산의 상속에는 분개한다. 삶은 공정하지 않다. 우리가 탄식하는 바로 그 불공정으로부터 우리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부부는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체제”를 꿈꾼다. 이러한 “기회의 평등과 자유”가 헨리 포드를 낳았고 토마스 에디슨과 존 록펠러를 길러 냈다.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강제력을 사용한다면 자유는 파괴된다.” 따라서 평등은 자유의 부산물에 머물러야 한다.

프리드먼 부부에게 미국의 공립학교제도는 사회보장제도만큼이나 자유시장이라는 바다에 떠 있는 “사회주의라는 섬”과 같은 것이다. 수준 낮은 공립학교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립학교로 만들면 된다. 성과의 측면에서 볼 때 최악의 사적 시장이 최선의 공적 제도보다 낫다. 교육과 학교를 분리시켜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교육은 잘 받은 반면, 많은 사람들은 학교를 다녔지만 교육을 못 받았다.” 따라서 세금이 들어가는 학교로부터 교육을 해방시켜 자유시장과 사기업에 맡겨야 한다.

프리드먼 류의 자유는 ‘신자유주의’로 현실화되면서 국가를 시장의 지배에 복속시켰다. 국가가 시장과 한 몸이 된 칠레의 군사파시즘체제가 대표적이다. 프리드먼 이데올로기의 열렬한 숭배자가 칠레의 피노체트 장군이었다.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고전적 자유주의가 시장과 국가의 분리 정립을 추구했다면, 신자유주의는 국가에 대한 저주와는 달리 시장과 국가의 일체화를 추구했다.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는 국가주의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와 시장의 일체화는 파시즘을 불러왔다. ‘검찰국가’주의자 윤석열의 ‘자유’가 바로 그런 것이다.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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