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취업자는 2019년에 비해 13만7천명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는 8만2천명 줄었다. 여성 고용률이 남성보다 낮을 걸 감안하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성 취업자가 2배 정도 더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대남(20대 남성)에 기대어 페미니즘을 비난하고 있다. 급기야 조선일보가 지난 5일 ‘이준석의 공정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칼럼으로 이 대표를 비판했다.

조선일보 칼럼은 “(이준석 대표가) ‘여성 비례대표 50% 할당제는 실패했다’고 단언하며, ‘여가부는 이익집단’이 됐고, ‘극단적 여성주의자들은 태극기 부대와 비슷하다. 나치와도 다르지 않다’고 비난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할당제에도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칼럼은 이 대표가 ‘이대남의 분노’라는 ‘블루오션’을 발견하고 이를 엉뚱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강남역 살인 사건, 미투, n번방에 분노하며 결집한 20대 여성들이 장혜영·류호정 같은 의원들을 배출하며 정치 세력화로 나아갈 때, 20대 남성들은 남초 커뮤니티에 모여 울분과 욕설을 내뱉었다”며 이대남의 대응력 부족을 지적했다. 칼럼은 “바로 이때 ‘난 너희편!’이라 외치고 나선 게 이준석”이라며 “뜻한 바를 이뤘으면 ‘갈라치기’도 멈춰야 하는데 일자리 부족, 치솟는 집값 등 20대 남성들의 고통이 여성과 할당제 탓이라는 빗나간 분노를 그(이준석)는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칼럼은 “여성 취업률과 성별 임금 격차가 OECD 최하위 수준이고, 코로나로 직장 잃은 남성이 3만명, 여성은 10만명에 이른다는 보고가 연일 나오는데도 ‘여자라 차별받은 적 있느냐?’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조선일보 칼럼은 이 대표를 향해 “이념 정치 타파엔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표를 위해 남녀 갈등을 부추기진 말아 달라”고 결론 내렸다. 조선일보의 이 칼럼은 이례적으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단순히 과거의 낡은 보수정당이었던 국민의힘 비판을 넘어, 새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를 비판한 점에서 매우 독특했다. 이대남과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우리 언론의 시선이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란 이분법으로 단순하게 나뉘지 않음을 보여준다.

세상에 단순한 일이 어디 있겠나. 매일경제신문 7월5일자 27면엔 ‘분양가 누르니 공급 막혀 … 서울 분양 7년래 최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강화해 분양가를 억제하면 공급이 줄어든다는 이 기사는 절반의 진실만을 담았다. 그동안 정책 당국이 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과 지정 요건을 고무줄처럼 운영해 왔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 정책당국이 진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의지를 갖고 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보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건설사는 지금 퍼붓는 소나기만 피하면 분양가 억제 대상지역은 곧 풀릴 테니 조금만 참으면 된다.

매경 주장대로 분양가를 억누르지 않고 높은 분양가를 허용해 주면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순 있는 건가. 당연히 아니다. 높은 분양가가 부동산 폭등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형용모순이다. 높은 분양가로 많은 아파트 공급을 원하는 집단은 건설사와 투기꾼밖에 없다. 결국 매경이 누구를 위해 기사를 쓰는지 잘 드러난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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