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동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현장)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2011년 7월1일부터 시행됐으니, 올해로 꼭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행일 이듬해인 2012년 헌법재판소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대해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 야기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즉 ① 복수의 노조가 각각 독자적인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조와 노조 상호 간 반목 ② 위 ①과 같은 경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조와 사용자 사이의 갈등 ③ 동일한 사항에 대해 같은 내용의 교섭을 반복하는 데서 비롯되는 교섭 효율성 저하와 교섭비용 증가 ④ 복수의 단체협약이 체결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무관리상 어려움 ⑤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함에도 노조 소속에 따라 상이한 근로조건을 적용받는 데서 발생하는 불합리성 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10년의 세월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밝혔던 ‘현실적인 문제’가 누구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해 왔는지를 뼈아프게 경험해야만 했다. 교섭 과정이란 것이 본디 갈등이나 분쟁상태를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복수노조의 교섭권 행사로 인한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존재해서는 안 되거나, 부정적 의미로서의 갈등이나 반목의 시각만이 부각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단수노조의 교섭권 행사로 인한 갈등이나 반목과 비교해서 질적 차이도 보이지 않고, 양적 차이 역시 항상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효율성 저하, 비용 증가, 노무관리의 어려움, 불합리성이라는 단어 역시 그 의미만으로도 사용자 편의를 위해 흔히 사용되는 단어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칠까?

근로조건 결정에 있어 복수노조 사이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나 우선순위의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를 단순히 갈등이나 반목이라는 문제로 해석하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근로조건 결정에 있어 복수노조 사이에 완전히 통일된 입장과 결론을 강제할 것이라면 복수노조 허용이 갖는 의미는 크게 퇴색되는 것은 아닐까? 서로 다른 직군들이, 현격하지는 않지만 다른 근로조건을 적용받고 있는 사업장에서 각각의 직군이 주로 가입해 있는 복수의 노조가 요구하는 내용의 다름이나 차이는 당연한 현실 반영일 뿐이다. 동일한 직업적 이해관계가 전제되지 않는 사업장들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의하진 않지만 노동 3권 중 단체교섭권이 중핵적 권리라 해석하는 경우라면 특히 그렇다.

지난 10년 동안, 노조는 소수노조의 교섭권 침해, 산별노조 위축, 사용자 편의에 의한 자율교섭 동의권 행사와 친사용자적 노조의 설립ㆍ운영을 활용한 악용, 절차적 복잡성 등의 현실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올해 7월6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산별교섭을 포함한 다양한 교섭방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지적과 요구는 너무도 당연하고 타당한 결론이다.

법과 제도라는 것이 최소한의 상식에 비춰 예상 가능한 수준이어야 하는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세부절차는 애초부터 그렇지 못해 이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를 해야만 알게 되고 지킬 수 있는 법과 제도인 셈이다. 한번 알았다 하더라도 2년 뒤에까지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효율성 저하, 비용 증가, 교섭준비의 어려움, 불합리성 같은 현실적 문제는 그 절차마다 쌓이고 쌓인다. 첫날이 산입되는 절차와 그렇지 않은 절차를 구분해야 하고, 며칠 늦은 사용자의 공고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는 것이 유리한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관련한 각종 시정신청 사건의 처리기간은 대체로 10일이지만, 그 결정문을 받기까지 최소 10일 이상이 더 걸린다. 너무도 복잡한 절차로 인한 이해부족과, 그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분쟁에 따른 비용 증가나 교섭 지연은 대체로 노조가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단수노조는 무슨 죄인지 모르겠지만, 매교섭 때마다 간소하다고는 하나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쟁의조정신청을 하지 않고 타결될 것이 미리 확정돼 있지 않은 한 그렇다.

얼마 전,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조가 된 노조가 그 직후 체크오프 인원을 보니 오히려 소수노조였던 일이 있었다 한다. 과반수에 의한 교섭대표노조 결정을 위한 조합원수 산정 기준일 이후 가입한 조합원들이 많았고, 그 조합원 대부분이 기준일 전에 가입한 것으로 처리됐으며, 그렇게 갑작스레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교섭대표노조 결정 직후 조합비 일괄공제일을 앞두고 모두 탈퇴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경쟁노조의 분석이다. 기준일 당일에 조합원수를 확인하는 절차가 부재하고, 실제 조합원수는 과반수노조에 대한 이의신청 과정에서 비로소 확인된다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진행되는 시기에 잠시 노조에 가입했다가 다시 비조합원으로 돌아간 노동자들도 많다는 후문이다.

비조합원들이 마치 선심 쓰듯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과정에서 평소 비조합원으로서의 미안함을 덜어 내는 방편으로 노조 간부들의 부탁에 가입신청서를 써 준 결과라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노조의 건강한 조직 확대나 강화라는 측면에서 위험한 방편으로 사용될 수 있다. 조합비를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이 상황을 어떤 시선으로 지켜봤을지 생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실질적 과반수노조 집행부는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개인의 도덕성 문제에 앞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갖고 있는 현실적 문제는 이렇게 단결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년 전 헌법재판소 결정은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이후 현실을 정확히 예상하지 못했거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현실적 문제를 다시 살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10년은 더욱 그렇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