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복수노조 사업장의 B노조는 A노조에 “어용노조, 꼭두각시, 인간 장사” 등의 표현을 사용한 소식지를 발행했다. 이에 대해 A노조는 B노조가 상급단체 연대시위를 진행한 것을 두고 “조합비로 알바 쓰는 1인 시위 중단하라”는 소식지를 발행했고 이를 문자메시지로 발송했다. 각각의 책임은 어떻게 될까?

‘어용’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자나 권력기관에 영합해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모욕적인 언사인 것은 맞다. 이 경우에 법원은 비록 모욕적 표현이라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 ‘어용노조’ 등의 표현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해 그 사실관계나 관련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 및 지목된 사람의 태도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2007도9411 등).

문제는 ‘어용노조’ 같은 모욕적 표현이 정당행위로 판단되려면 ‘어용노조’로 비판받을 만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피고인이 입증의 부담을 갖는다는 점이다. 비판받을 만한 사실 인정은 사건 및 사실관계에 따라 미묘하게 기준이 다르다. 울산지법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내용으로 단협이 체결됐다는 이유만으로 자주성 없는 협상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어용노조 표현을 유죄로 인정한 한편(울산지법 2019고정182 판결), “표현 동기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및 근로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함이고, 사측의 지배·개입에 관해 ‘약간의 근거 사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 정당행위 무죄로 판결한 경우도 있다(김천지원 2015고정120 판결).

결국 표현 행위자 입장에서는 ‘어용노조’라고 비판할 만한 최소한의 확인된 사실관계가 필요하고, 이는 단지 교섭대표노조가 교섭을 양보했다거나 불리하게 체결하였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무언가가 필요하며, 그 복잡하고 역사적인 맥락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부담은 ‘어용노조’라고 비판하려는 표현의 자유를 필연적으로 위축시킨다. ‘어용노조’라고 쓰인 소식지 한 장만 첨부해서 고소할 수 있는 측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 노력한 판결들도 있다. “인간장사” “비정규직의 피를 빨아 사회 환원”이란 표현에 대해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고 호소력 있는 표현을 위해 부득이”했다고 인정한 경우도 있다(서울동부지법 2007노817 판결). 반대노조를 비판하고 이를 강조하는 과정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위축 효과’의 위헌성을 인용한 경우도 있다(대구지법 2015노3366 판결). 결국 교섭대표노조를 견제하고 비판을 효과적으로 해야 하는 입장에서 격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판단은 타당성이 있다.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이 사용자 사진에 신발을 던졌다고 곧바로 모욕죄를 인정한 법원 판단과도 대단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최근 대법원은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이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해 표현한 것으로 모욕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2017도17643). “기레기”라는 단어가 면죄부를 받은 것은 결코 아니다. 위 ‘어용노조’에 관한 판결들과 유사하게 대법원이 비판의 맥락과 타당성이 있고 강조하기 위한 모욕적 표현을 정당행위로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합비로 알바 쓰는 1인 시위 중단하라”로 돌아와 보자. 이는 암시나 의혹 제기의 수준을 넘어서서 비교적 명확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므로, 모욕죄가 아닌 ‘명예훼손’이 문제된다. B노조는 1인 시위를 연대한 상급단체 조합원들에게 조합비로나 무엇으로든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한 진술서를 시위자들에게 모두 받은 후 A노조 소식지 작성자들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런데 6개월 만에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사건 송치 권한을 갖는 경찰에서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는데, 그 이유가 “소식지가 허위사실은 맞고 사실확인 노력도 없었지만, 노조 간에 소식지로 다투던 상황에서 발행한 것이고 공적 관심사안이나 조합의 이익에 관해 소식지를 발행한 것이므로 비방의 목적이 없고, 발행 당시에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의 불송치 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한 것처럼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책임을 지나치게 완화한 것일 뿐더러 기존에 노동조합이 사측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던 판단 기준과 일관성도 없다. 조합비를 집행한 위원장 개인을 지목했는데 비방 목적이 없을 수가 없고, 사실확인 노력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자백했는데 허위 인식이 없다는 것은 지극히 모순적이다. ‘알바비를 썼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거나, 최소한의 본질적 부분은 사실로 판단되어야 정당행위가 성립할 뿐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답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고 사용자는 이를 노동조합의 협상 전략으로 수인해야 한다. 표현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노동조합이 늘 의식해야 하고 법률적 조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죄송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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