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발간한 ‘2020-21 글로벌 임금보고서: 코로나19 시대의 임금과 최저임금’에 따르면, 회원국 187개국 가운데 90%가 최저임금제도를 갖고 있다. 물론 최저임금제도는 나라마다 형식과 내용이 다르다.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최저임금을 단체교섭으로 정하는 나라도 있다. 모든 산업과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단일최저임금’이 있는가 하면, 산업과 업종 혹은 지역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복잡최저임금’이 있다.

법정 최저임금제를 가진 나라들의 절반은 전국 단일최저임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산업과 업종은 물론 지역과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복잡한 최저임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단일최저임금제와 복잡최저임금제 모두 ‘최저임금결정’ 131호 협약(1970년 채택)에 부합한다는 것이 ILO의 입장이다. 물론 그 전제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사회적 파트너, 즉 노동자단체·사용자단체와 협의를 거쳐야 하며 노동자와 가족의 요구, 경제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ILO가 채택한 190개 협약을 나누는 범주인 ‘기본협약(Fundamental Conventions, 8개)’과 ‘정부정책우선협약[Governance (Priority) Conventions, 4개]’과 ‘기술협약(Technical Conventions, 178개)’ 중에서 기술협약에 속하는 ‘최저임금결정’ 131호 협약을 비준한 나라는 187개 ILO 회원국 가운데 54개국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12월27일 비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 가운데 131호 협약을 비준한 나라는 호주·칠레·코스타리카·프랑스·일본·라트비아·리투아니아·멕시코·네덜란드·포르투갈·슬로베니아·스페인 12개국이다.

ILO는 전 세계적으로 임금노동자의 19%인 3억2천700만명이 최저임금이나 그 이하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중 여성은 1억5천200만명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ILO는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불평등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고 본다.

ILO에 따르면 최저임금으로 임금·소득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첫째 최저임금제도의 ‘유효성(effectiveness)’이다. 이는 법정 적용 범위와 최저임금 준수 수준을 뜻한다. 둘째 결정된 최저임금의 금액이다. 셋째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특성이다. 노동소득이 낮은 노동자들이 임금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저소득가정에 속하는 지 여부가 중요하다.

최저임금 수준이나 그 이하의 임금을 받는 3억2천700만명 가운데 시간당 최저임금 밑으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81.3%인 2억6천600만명에 달한다. 그 이유를 ILO는 법 적용이 안 되거나 법과 제도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기 때문으로 본다. 최저임금제 적용에서 제외되는 대표적인 직군이 농업노동자와 가사노동자다. ‘글로벌 임금보고서’에 따르면, 법정최저임금제가 있는 ILO 회원국의 18%가 농업노동자나 가사노동자, 혹은 두 직종 모두를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최저임금제도가 있더라도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영세사업장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하는 ‘비공식 경제(informality)’의 규모가 높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세사업장과 자영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공식 경제화(formalization)’와 더불어 맞춤형 근로감독을 시행하고 최저임금준수 캠페인을 펼치라고 ILO는 권고한다.

‘글로벌 임금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평균 수준이 선진국의 경우 중위임금의 55%, 개발도상국에서는 중위임금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50%에서 70% 사이에서 결정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그 편차가 심해 16%(방글라데시)에서 147%(온두라스) 사이에서 결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2019년 전체 최저임금의 중위값은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월 486달러 수준이었다. 최저임금제를 가진 나라들의 절반은 최저임금 수준이 월 486달러를 넘고, 나머지 절반은 그보다 낮은 것으로 ILO는 본다. 최저임금 수준이 빈곤선을 밑도는 경우도 일부 존재한다. 2010~2019년 십년간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아프리카 1.1%, 남북아메리카 1.8%, 아시아 2.5%, 유럽 및 중앙아시아 3.5%였다.

ILO는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3분의 2, 즉 67%가 돼야 소득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 정부 자료(indexgo.kr)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2000년 28.8%, 2010년 45.1%, 2019년 62.7%로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상승했다.

ILO는 자영업자와 영세사업장의 최저임금 준수 비율을 높여야 실질적인 소득불평등 감소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한국적 맥락에서 이해하자면, 비공식 성향이 큰 자영업자의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2018년 OECD 자료에 따르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한국이 25.4%로 미국(6,3%)·캐나다(8.3%)·스웨덴(9.8%)·독일(10.2%)·일본(10.4%)·프랑스(11.6%)·영국(15.4%)·이탈리아(23.2%)보다 높았다. 주요국 가운데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나라는 칠레(27.4%)·멕시코(31.4%)·터키(32.7%)·브라질(32.9%)·그리스(34.1%)였다. 유럽연합 28개국 평균은 15%였다.

한국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국민경제에서 생산성 향상을 통해 한국형 비공식 경제인 자영업의 규모를 줄이고 공식 경제의 규모를 늘리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이런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제기된 저소득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을들의 연대’ 전략은 그것이 과학적이었냐는 평가를 떠나 이미 현실에서 그 유효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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