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은선 공인노무사(학교비정규직노조 조직국장)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타인의 돌봄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돌봄노동은 천대받고 돌봄노동자 또한 폄하돼 온 게 현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는 돌봄의 중요성을 여실히 깨닫는 중이며, 돌봄노동의 가치와 의미는 재조명되고 있다. 감염병의 심화로 돌봄은 곧 ‘생존 안전망’이 되고 있다.

교육현장의 돌봄과 복지의 중심에는 학교비정규직이 있다. 전국 약 17만명의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은 2만여개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교육기관에서 일한다. 교사·공무원과 함께 근무하며 급식부터 교무행정·시설관리·돌봄, 그리고 교육복지까지 학교 내 전방위적 영역에서 그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 아이들의 신체적·심리적 방역을 위해 필수적인 노동을 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더 큰 차별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비정규직 종합백화점답게 90여개가 넘는 직종이 존재하지만 이중 몇몇 직종의 학교 비정규노동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단체급식 중 최대치의 노동강도를 자랑(?)하는 학교급식 노동자에 대해 등교인원이 줄었으니 조리량도 줄어 일하기 쉬워진 게 아니냐고들 말한다. 하지만 거리 두기로 2배 이상 늘어난 급·배식시간과 조리공정, 식탁가림막 청소에 강화된 위생관리까지 노동강도가 늘었으면 늘었지 결코 줄지 않았다. 이 와중에 교육부가 하반기 전면등교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 안전대책으로 교원들의 백신접종 계획은 내놔도 시차배식·소독방역업무로 쉬는 시간조차 없이 일해야 하는 급식실 노동자 안전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교육복지사는 교육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학생들을 발견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사상 초유의 원격수업으로 위험에 방치된 아이들이 많아지고, 코로나19로 경제적·정서적 어려움에 놓인 취약가정이 늘어나면서 교육복지사들의 업무는 가중했다. 위기가정을 직접 대면하면서 노출되는 위험도 함께 높아졌다.

뿐만 아니다. 위기 학생들의 정신건강 악화를 예방하고 상담하는 전문상담사도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그 역할과 책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블루 현상으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지원과 치료 요구가 빈번해졌다. 청소년들의 심리방역을 위한 정부와 교육당국의 경제적·정책적 지원대책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정작 그 최일선에서 직접 뛰는 전문상담사의 심리방역에 대한 지원과 보상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학교 안 돌봄노동의 대표직종인 초등돌봄전담사가 있다. 전국 약 30만명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돌봄교실에는 코로나19로 학교가 폐쇄돼도 ‘긴급돌봄’을 위해 유일하게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지킨 돌봄전담사가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잘한 교육정책으로 꼽히는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는 초등돌봄전담사다. 하지만 이들의 절반 이상은 단시간 노동자다. 급·간식부터 아이돌봄에 행정처리 업무까지 홀로 ‘전담’하며 공짜노동과 압축노동에 시달리고 처우조차 열악하다. 우리는 코로나19로 그 필요와 역할이 높아진 돌봄교실의 질적 개선을 위해 돌봄전담사들의 처우개선, 전일제 근무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렇듯 학교현장은 교실수업을 넘어 급식·교육복지·방과후 활동 등 그 기능을 확대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 중심에 우리 아이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책임지는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단시간·고강도·공짜노동에 시달린다. 법적근거도 없는 ‘유령’ 신분에 차별받는 ‘비정규직’이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노동이 존중받아야 하고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려 줘야 할 의무가 있다. 돌봄 또한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과정이고 교육의 일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코놔19 팬데믹으로 돌봄노동·필수노동의 가치가 달라진 만큼 합당하고 정당한 처우와 법적보호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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